백색테러-경찰 간 유착 의혹도 커져
미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애플의 홍콩 매장들이 문을 닫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집회 격화는 물론 흰색 티셔츠를 입은 괴한들이 시위대를 폭행한 이른바 ‘백색 테러’로 인해 정상 영업이 힘들어졌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홍콩 발 보도에 따르면 이날 홍콩 내 6개 애플 매장이 오후 4시 문을 닫았다. 통상적인 영업 마감 시간보다 4~5시간 빨리 문을 닫은 것이다. 이외 나머지 매장은 하루 종일 문을 열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현지 쇼핑몰 한 직원은 “매장들이 위안랑(元朗) 인근에 사는 직원들에 대해선 조기 퇴근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위안랑은 전날 친중(親中)세력으로 의심되는 흰색 티셔츠 괴한들이 지하철 내 시민들에게 각목 등으로 무차별 폭행을 가한 백색 테러가 일어난 곳이다.
홍콩 내 기업들의 불안감을 반영하듯 홍콩 재계를 대표하는 홍콩총상회는 이날 홍콩 당국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이 단체는 "사태 해결을 위해 홍콩 정부가 송환법안을 철회하고 독립된 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콩총상회는 중화총상회, 중화공상연합회, 공업총회 등과 함께 홍콩 4대 재계 단체 중 하나로 4,000여개 회원사를 두고 있다.
한편 전날 '백색 테러'와 관련 홍콩 당국이 배후에 있거나 최소 이들의 범행을 묵인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3일 홍콩 명보,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온라인 상에서 한 경찰이 30여명을 대동한 채 흰옷을 입은 남성들과 대화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유포됐다. 이 동영상에는 흰색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경찰 지휘관에게 "시위대가 쇼핑몰에 모여있는 것은 매우 골치 아프다. 경찰이 못하다면 우리가 대신 쫓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남성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맙네"라며 사실상 이들의 범행을 묵인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전날 회견에서 캐리 람 행정장관 이 괴한들과 경찰 간 유착설을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홍콩 당국이 괴한들의 배후라는 관측은 더욱 굳어지는 분위기다.
범행 당시 늑장 출동으로 비판 받았던 홍콩 경찰은 이날 뒤늦게 6명의 용의자를 체포했다. 체포된 용의자 가운데는 홍콩 폭력 조직인 '14K', 'WSW(和勝和)' 등의 조직원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직은 중국의 거대 범죄조직 삼합회의 일파로 알려져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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