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법 상습 위반으로 벌점이 누적된 한화시스템(전 한화S&C)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관계 부처에 영업정지를 요청하기로 했다. 대기업 계열사가 하도급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제재 대상이 된 것은 처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시스템의 하도급법 위반 누적 점수가 10점을 초과해 영업정지(국토교통부 소관)와 공공입찰 참가자격 제한(조달청 등)을 각각 요청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하도급법상 벌점이 3년간 10점을 넘으면 영업정지, 5점이 넘으면 공공입찰 참가 제한 대상이 된다. 다만 현행법상 영업정지는 건설 분야에만 한정된다. 한화시스템은 건설업 면허를 받아 통신설비 공사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영업정지 제재 대상이 된 건 지난해 옛 한화S&C를 합병하며 벌점(10.75점)을 떠안았기 때문이다. 한화S&C는 2014년 11월~2017년 7월 하도급업체에 대한 대금ㆍ지연이자 미지급, 부당 특약 등으로 과징금(2.5점) 3회, 시정명령(2점) 2회, 경고(0.25점) 1회 처분을 받아 총 11.75점의 벌점이 쌓였다. 이후 대표자의 하도급법 특별교육 이수(-0.5점), 현금결제 비율 80% 이상(-0.5점)이 참작돼 벌점 경감을 받았지만 결국 누적 10점을 넘었고, 이 벌점이 한화시스템에 승계됐다.
국토부는 제재 요청에 따라 한화시스템(건설 부문)을 상대로 청문 절차를 거쳐 영업정지 여부, 기간 등을 결정한다. 영업정지 기간은 최대 6개월인데, 1억원 이하 과징금을 대신 부과할 수도 있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과장은 “2~3개월 안에 영업정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산, 정보통신기술(ICT) 등 한화시스템의 다른 사업 분야에 대해선 조달청, 방위사업청 등이 입찰 참가자격 제한 여부를 결정한다. 성 과장은 “한화시스템이 과거 정부시스템 관련 시스템통합(SI) 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면 행정안전부나 지방자치단체에도 제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공정위가 하도급법 위반 기업의 영업정지를 추진하는 사실상의 첫 사례다. 앞서 한일중공업이 영업정지 대상이 된 적이 있지만 폐업 상태라 실제 조치가 이뤄지진 않았다.
다만 한화시스템이 공정위 처분에 불복한다면 제재는 당분간 미뤄질 수 있다. 앞서 공공입찰 참가자격 제한 대상이 된 GS건설과 공정위의 벌점 합산 작업에 불복한 대우조선은 각각 가처분신청을 통해 본안 판결이 날 때까지 제재 효력을 정지하는 법원 결정을 받아냈다.
한화시스템 측은 벌점 누적이 담당자 실수, 협력사와의 법적 다툼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고의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벌점 대상은 공정위 조사 이전에 인지해 개선을 마친 사항들”이라며 “하도급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윤리경영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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