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오른쪽) 무소속 의원이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참석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롯한 보수진영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으면서 그의 지난 발언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총리 후보로 지목된 황 대표를 가리켜 “김기춘의 아바타”라며 비난하는 등 맹공을 퍼부었던 과거 행적도 ‘보수진영 영입 1순위’라는 현재의 인기 앞에서 묻히는 모양새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이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황 대표는 자신이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을 회상하며 “당시 연수생이 600여명이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의원이었다”며 “우리 자유 우파의 전사로 이렇게 우뚝 선 모습을 보니까 아주 기분이 좋다”고 추켜 세웠다. 또 “이 의원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여러분 많이 성원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해 이 의원이 한국당으로 입당해 주길 바라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이 의원은 용기의 아이콘”이라며 황 대표를 거들었고, 친박 핵심으로 꼽히는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도 “이 의원을 데려오려고 밤낮으로 기도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황 대표가 예전 일화를 언급하며 이 의원에 대한 적극적인 영입의사를 밝힌 셈이지만 두 사람의 과거 관계, 나아가 이 의원과 보수진영의 사이는 ‘추억’처럼 원만하지는 않았다. 2012년 1월 당시 한명숙 민주당(구 민주통합당) 대표시절 여성 인사로 전략공천 돼 국회에 입성한 이 의원은 초반부터 원내대변인을 맡으며 여권 공격의 최전방에 섰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총리 후보자로 지목된 황 대표를 향해서는 “이번에는 (박 대통령의) 수첩인사를 벗어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결국 김기춘 아바타인 황교안 장관을 공안총리로 한 것을 보니 여전히 못 벗어난 것 같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이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전후해 황 대표의 고액 수임료와 기부 금액에 대한 의혹, 청문회 준비팀에 현직 부장검사 차출 논란 등을 두고 비판했다.

앞서 2013년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사건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는 장관의 수사 지휘ㆍ감독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2016년 7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는 최근 보여온 보수 행보와는 다르게 “세율의 혜택이 대부분 대기업에 돌아간다”며 증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당시 황 총리를 몰아세우기도 했다. 그로부터 2개월 후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서막이 됐던 미르ㆍ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두고 황 총리를 압박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투사’였던 이 의원이 노선을 선회하면서 보수 진영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계기를 2016년 당내에서 벌였던 권력 투쟁 과정에서 찾고 있다. 그 해 8월 이 의원은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 경기도당위원장 직에 나섰다가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전해철 의원에게 패했다. 그 후 이 의원은 ‘친문 패권’ 타도를 외치면서 2017년 4월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지지, 민주당을 탈당한 후 본격적인 보수 행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 의원은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자신의 행적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랬던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는 정치 노선 전향에 대한 질문에 “잘 몰라서 그런 적은 있어도, 내 신념이나 발언을 바꾼 적은 없었다”고 답했다. 한명숙 대표 시절 영입된 배경에 대해서는 “입당하고 보니 주류인 운동권과는 정서적으로 너무 큰 차이가 있었다”고 했고, ‘이승만 대통령 건국론’을 비판했던 과거 언행에 대해서는 “솔직히 고백하면 현대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행적이 회자되는 점을 의식한 듯 출판기념회에서 “저는 예전에 야당인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하고 열심히 싸웠다”면서도 “(민주당이) 자유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싸웠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좌절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 4월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후 본인의 이후 행보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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