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제주 이도동 제주지법 앞에서 '고유정 살인사건' 첫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 동생 강모(오른쪽)씨와 유족 측 강문혁 변호사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강씨는 "고씨에게 사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제주=정반석 기자

“마치 살해를 준비한 듯 졸피뎀, 혈흔, 전기충격기, 뼈의 강도, 뼈의 무게 등의 단어들을 검색한 사실이 있다. 다음 재판 때까지 이런 부분에 대한 입장을 정확하게 밝혀 주셔야 한다.”

23일 제주 이도동 제주지법 법정. 전 남편을 참혹하게 살해ㆍ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36) 사건을 맡은 제주지법 형사합의2부(부장 정봉기)는 혐의를 부인하는 고유정 측에게 결국 이렇게 되묻고야 말았다.

고유정 첫 재판이 열린 이날, 미리 불출석 사유서를 낸 고유정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사건 자체가 던진 충격 때문인지 법정은 방청객들로 가득 찼다. 방청을 원하는 이들이 너무 많아 제주지법은 사상 처음으로 법정 앞에서 선착순으로 방청권 30여장을 배부했다. 강력사건이 드문 제주에서 일어난 일이라 제주 사람들이 받은 충격도 대단했다. 제주지법 밖에는 사형 선고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준비한 이들까지 있었다. 이 현수막을 만든 ‘제주어멍’ 카페 회원 김혜민씨는 “고유정이 다시 길거리를 돌아다닌다 생각하면 아이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제주에 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제주지역 맘카페 '제주어멍' 회원들이 23일 제주지법 앞에서 "고유정을 사형하라"고 외치고 있다. 제주=정반석 기자

법정에서 고유정 측은 전 남편에게 졸피뎀을 먹이고 미리 준비한 칼로 살해했다는 혐의를 부인했다. ‘성폭행하려는데 저항하다 수박을 자르려던 식도로 찌른 것’이란 기존 주장을 유지했다. 계획적인 살인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에 맞서 검찰은 이혼 과정에서 생긴 적개심, 아들에 대한 집착 등을 범행동기로 설명하면서 고유정이 범행 이전 검색했던 단어들을 그 사례로 들었다. 고유정은 졸피뎀, 뼈, 니코틴 치사량 등의 단어들을 검색했다.

이런 공방은 법정 밖에서도 이어졌다. 재판 뒤 고유정 측 변호인은 “고유정 본인도 많이 속상해하고 억울해하고 있다”며 “재판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 남편 시신 유기 장소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아직 기억해 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남편의 동생은 재판 뒤 고유정에 대한 사형 선고를 촉구했다. 전 남편의 유족 중 한 명인 임모씨는 “피해자가 내 조카라 지금도 눈물이 나올 것 같다”며 “사형 선고, 한가지 바람 밖에 없다”고 했다.

서로간 사실관계와 쟁점을 확인한 만큼 재판부는 다음달 12일 정식재판을 시작하기로 했다. 재판은 그 이후 격주 월요일마다 열린다. 앞서 고유정은 전 남편(36)을 제주 조천읍 한 펜션에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버린 혐의로 지난 1일 구속 기소됐다.

제주=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ㆍ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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