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대안학교… 자기주도적 수업과 함께 1인 1악기 이상으로 재능 키워

“삶 자체가 행복한 청소년을 키우고 싶습니다.”
대구 동구 덕곡동 ‘꿈꾸는음악학교’는 음악을 통한 대안학교다. 이곳 중1~고2 학생 30명은 학교 이름답게 피아노와 오카리나를 필수로 익히고 있고, 부전공으로 바이올린 플루트 색소폰 중 하나를 선택해 연주한다. 매주 전공레슨과 매월 연주수업, 매년 정기연주회를 통해 무대경험을 쌓고 실력을 평가한다. 국어와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국사에다 제2외국어로 중국어도 배우지만 일반 학교와는 달리 4~7명 단위로 토론 위주의 속칭 자기 주도 학습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수시로 청송교도소와 대구소년원, 병원 등을 누비며 ‘찾아가는 음악회’도 열고 있다.
김상신(59) 꿈꾸는음악학교장은 “주입식 교육과 대학, 취직 등 외형적 성공에만 매달리는 교육 환경에는 희망이 없다”며 “스스로 공부하고, 남모르는 재능을 발견토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출발은 2011년 3월 김 교장 자녀 2명을 포함한 5명의 홈스쿨이었다. 다음해인 2012년 대구 남구 대명동에서 ‘꿈꾸는학교’를, 2015년 9월에는 음악을 특성화한 ‘꿈꾸는음악학교’로 탈바꿈한 후 2017년 5월 현재 위치로 옮겼다.
학교에 음악이 흐르자 학생들이 달라졌다. 우울증과 자폐증, 게임중독으로 고등학교 진학에 어려움을 겪던 김종찬(20ᆞ가명)군은 2016년 입학 초반에는 학교를 무단이탈해 집에서 방문을 잠그고 휴대폰 게임을 하는 등 적응을 못했다. 그런 김군이 피아노를 만난 뒤에는 매일 8시간 이상 손가락에 물집이 생길 정도로 맹연습했고,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웠다. 현재 대학 피아노과에 진학했고 콩쿨에 나가 대상도 탔다.
분노조절 장애를 겪던 진기수(20ᆞ가명)군은 몇 번의 강제전학 끝에 더 이상 다닐 수 있는 학교가 없어졌다. “제발 6개월만 버텨라”는 부모의 애원에 따라 2015년 이곳에 입학했다. 김 교장의 권유로 색소폰을 시작한 진 군은 3년 넘게 학교를 다니며 음악을 배웠고, 색소폰 공연도 다니고 있다.
김 교장은 “학교 특성 상 왕따 학교폭력 등 학교와 가정에 적응하지 못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고 찾아오는 많다”며 “이곳을 마지막 학교라고 생각한 학생들이 음악을 통해 치유 받고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교장의 꿈은 청소년들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자녀들의 꿈과 희망보다 부모 욕심을 채우기 위해 대학과 직장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녀들이 하고 싶은 일과 꿈을 응원하는 것이 부모와 학교, 사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대구=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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