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석개재 승합차 전복 13명 사상
외국인 노동자 2명 숨져…3명은 사라져
22일 오전 7시 33분쯤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도로에서 승합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나 구조대가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외국인 근로자를 태운 승합차가 강원 삼척의 한 지방도 커브길에서 전복, 4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상자들은 특히 채소 수확 등 생계를 위해 새벽길에 나섰다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고 운전자는 10년 전에도 외지 농촌에 인력을 수송하다 16명의 사상자를 낸 ‘판박이’ 사고를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22일 오전 7시 33분쯤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일명 ‘석개재’ 인근 지방도에서 그레이스 승합차가 가드레일을 들이 받은 뒤 경사지에서 전복됐다. 운전석 쪽으로 전복된 승합차는 경사지 나무에 걸려 가까스로 멈췄다. 사고 발생 지역이 내리막이다 보니 인명피해 또한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고로 운전자 강모(61ㆍ충남 홍성군)씨와 정모(61ㆍ충남 홍성군)씨, 태국 국적 근로자 2명 등 4명이 숨졌다. 이모(70)씨 등 9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강릉과 태백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이다. 차량에 탑승해 부상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태국인 3명은 사고 직후 사라졌다.

사고 현장에는 깨진 차창 유리와 혈흔이 여기저기 묻어 있었고, 도로에는 차량에서 튀어나온 탑승자들의 밀짚모자와 옷가지, 장갑 등 작업 용품이 여기저기 흩어져 나뒹굴었다. 사고를 당한 탑승자들이 새참으로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방울토마토와 도시락도 눈에 띄었다. 구조를 기다리는 외국인 부상자는 119구조대가 도착하자 서툰 한국말로 “아파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시 충남 홍성군을 출발해 경북 봉화군 석포면 농장으로 향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봉화에선 일당 6만원씩을 받고 채소 수확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사고가 난 곳은 강원 삼척시 가곡면과 경북 봉화군 석포면을 잇는 일명 ‘석개재’ 고개로 승합차가 오른쪽으로 굽은 급커브 내리막길에서 발생했다. 경찰은 차량이 도로 좌측 콘크리트 축대벽을 1차로 들이받은 뒤 30m 가량 미끄러져 내린 뒤 가드레일을 2차로 추돌한 뒤 전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오전 7시 33분쯤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도로에서 승합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나 구조대가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현장에 타이어 밀린 자국이 없는 점으로 미뤄 차량이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차량은 2002년식 15인승 그레이스 승합차다. 차량엔 홍성 지역 주민 7명과 태국인 근로자 9명이 타 탑승 정원을 1명 초과한 상태였다.  사고 당시 일부 탑승자만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한 탓에 외지와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 농촌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란 지적이다.

전복된 승합차에 탔던 외국인 9명 전원이 비자가 만료된 상태였지만 일자리를 찾아 새벽길을 나섰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태국인 3명은 불법체류 신고 및 추방을 우려해 사고 직후 자취를 감췄다.

경찰은 달아난 외국인 근로자들의 동료에게 심한 처벌 없이 치료를 받게 해 주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이번 사고는 10년 전인 2009년과 같은 동일 운전자가 핸들을 잡다 발생한 판박이 사고라 아쉬움이 컸다. 숨진 승합차 운전자 강씨는 2009년 1월에도 충남 홍성군 홍성읍 옥암리 도로에서 앞서 가던 굴착기를 들이 받았다. 이번 사고와 마찬가지로 당시 15인승 승합차에는 밭일 작업을 위해 동원된 주민 등 16명이 타고 있었다. 이 사고로 5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강씨는 안전운전 의무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돼 이후 재판에서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 받았다.

앞서 지난해 5월 전남 영암군 신북면 장산리에서도 25인승 미니버스가 앞서 가던 코란도와 추돌, 밭에서 일하고 일당을 받던 60~70대 노인 8명이 숨졌다.

삼척=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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