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반대 정당도 1석
젊은 세대 보수화 뚜렷
여성 비율 30% 못 미쳐
세코 경제산업장관 5선 성공
일본 연립여당(자민당ㆍ공명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꿈꾸는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의석 수를 확보하는 데엔 실패해 ‘절반의 승리’로 평가되는 21일 참의원 선거에선 이색 당선자도 적지 않았다. 사상 처음으로 루게릭병(ALSㆍ근 위축성 측삭경화증) 환자가 국회에 진출하는가 하면, ‘반(反)NHK’를 외치는 당도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22일 도쿄(東京)신문에 따르면 올해 4월 창립된 신생 정치단체 ‘레이와신센구미(れいわ新選組)’는 전날 참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두 석을 얻었다. 의원이 된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은 ALS 환자인 후나고 야스히코(船後靖彦ㆍ61ㆍ남)씨로, 상사맨이었던 그는 2000년 ALS 판정을 받았다. 손발을 움직일 수도, 목소리를 낼 수도 없지만 사람의 가치를 오직 ‘생산성’으로만 따지는 사회 풍조에 위기감을 느끼고 출마를 결심했다. 후나고씨는 전날 당선이 확정되자 개호자(환자나 노약자 등을 곁에서 돌보는 이)를 통해 “약하게 보이지만 근성만은 남보다 두 배”라면서 장애인을 대하는 방법을 바꾸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후나고씨와 함께 의회에 진출한 또 다른 당선자 기무라 에이코(木村英子ㆍ여)씨도 중증 장애가 있다. 생후 8개월 때 보행기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그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장애인의 한 표 한 표가 마음에 와 닿고 있다. 열심히 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당선자 한 명을 배출한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도 눈에 띈다. 2013년 NHK 직원이었던 다치바나 다카시(立花孝志ㆍ51)씨가 수신료 제도에 반대하며 발족한 당으로, 일부 지역에서 지방의원을 내긴 했으나 중앙 정치 무대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 대표인 다치바나씨는 이날 새벽 “정말로 책임을 느낀다. 역사가 바뀌는 순간”이라며 “이겼다. NHK를 부숴버리겠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의 ‘자민당 선호’가 뚜렷해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날 “30대 이하 유권자의 41%가 자민당 비례대표에 투표했는데, 60대 이상의 경우 34%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6년 선거 때와 동일한 결과다. 젊은 층의 자민당 지지가 낮았던 전통적인 투표 성향의 ‘역전’이 3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나타난 것이다. 반면, 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에 대해선 30대 이하의 지지율(18%)이 60대 이상(23%)보다 낮았다. 청년 세대의 보수화 흐름 속에 자민당 지지층의 구조 변화 추세가 이어진 셈이다.
여성 당선자는 모두 28명(선거구 18명, 비례대표 10명)으로, 사상 최다였던 3년 전 선거와 동일했다. 비율로 보면 전체 당선자(124명) 가운데 22.6%로, 교도통신은 “지도적 지위를 차지하는 여성 비율을 2020년까지 30%로 올리겠다는 일본 정부의 목표엔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정책을 이끄는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ㆍ57) 경제산업장관은 5선에 성공했다. 선거운동 기간에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부각했던 그는 투표 전날 밤에도 “각료로서 처리해야 할 공무 때문에 지역구에서 하루밖에 활동하지 못했음을 사과한다”며 “특히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조치 대응이 힘들었다”고 강조, 우익 성향 지지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포스트 아베’로 거론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은 자신의 파벌(기시다파)에서 무려 4명이나 낙선해 향후 구심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참의원 전체 의석(245석) 중 124석을 새로 선출한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57석)과 공명당(14석) 등 두 연립 여당은 71석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기존 의석(70석)을 더하면 절반(123석)이 넘는 141석을 확보하게 됐다. 이들과 함께 개헌 세력인 일본유신회는 10석을 얻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17석, 국민민주당은 6석, 공산당은 7석, 레이와신센구미는 2석을 각각 차지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