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산업부 실장 파견… 일본 야마가미 신고 외교부 국장과 맞서
일본의 반도체 부품ㆍ소재 등에 대한 수출규제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여론전을 시작한다. WTO 공식 제소 전 국제사회 여론전으로 일본을 압박하려는 시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현지시간)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세계무역기구(WTO) 일반 이사회에 파견해 일본 수출규제 조치가 WTO 규범에 어긋나는 부당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철회 필요성을 알릴 방침이라고 22일 밝혔다.
WTO의 최고 결정권한을 지닌 각료회의는 2년 마다 개최되며 다음 각료회의는 내년 6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다. 각료회의 기간이 아닌 때는 일반이사회가 최고 결정기관으로 기능하지만, 이번 의제는 결정 의제는 아니다.
하지만 산업부는 WTO 의견 개진을 통해 무역규제 조치를 벌인 일본에 대한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동료로부터 받는 압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WTO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는 결정이 나오기 위해서는 제소를 통해 분쟁해결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사전에 일본을 압박하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 일본 대표로는 야마가미 신고(山上信吾) 외무성 경제국장이 참석한다. 야마가미 국장은 최근 자유무역 원칙을 발표한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보고할 예정이어서,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이번 조치와의 모순성을 부각할 방침이다.
김 실장은 1984년 외무고등고시에 합격한 후 양자ㆍ다자 통상 관련 요직을 두루 거친 차관보급이다. 그는 WTO 한일 수산물 분쟁 상소기구 심리에서 최종 승소를 이끌어낸 정부 내 대표적인 ‘통상통’이다. 원래 WTO 회의에는 각 회원국의 제네바 주재 대사가 수석대표로 참석하지만, 정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WTO 업무를 담당하는 고위급 책임자를 현지에 파견했다.
정부는 164개 WTO 회원국 대표가 참여하는 이 회의에서 ‘일본의 무역제한 조치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공세를 펼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후 야마가미 국장과 다른 나라 대표가 발언하는 식으로 회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일본 측이 설명회로 격하한 지난 12일 한일 양국 과장급 협의 이후 양국 국장급 이상 고위직이 국제무대에서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한편 산업부는 23일 일본 경제산업성에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 심사 우대국가) 제외의 부당함을 알리는 내용의 의견서를 이메일로 전달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이해관계국으로서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전달하려는 것”이라며 “국내 관련 협회나 업계에서 의견서를 준비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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