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시네빔 4k 레이저’ 개발팀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영상기기가 있다. 바로 LG전자의 안방극장용 4K 레이저 프로젝터인 ‘시네빔 4K 레이저 HU85LA’다. 이 제품은 영상을 앞으로 투사하는 일반 프로젝터와 달리 거울 반사를 이용해 밑에서 위로 비춘다. 따라서 벽에서 9.8㎝만 떨어뜨려 놓으면 100인치 영상을 볼 수 있다. 그만큼 큰 공간이 필요 없어 작은 집이나 원룸에서도 영화는 물론이고 TV, 게임 등을 대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
여기에 589만원이라는 출고 가격도 화제다. 가정용 4K 레이저 프로젝터의 강자로 꼽히는 일본 소니 제품이 2,000만~8,000만원을 호가하는 만큼 4분의 1에 불과한 가격이다. 100인치 미만의 85~98인치 TV 가격은 5,000만~8,000만원을 호가한다. 따라서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100인치 이상 대화면의 4K 영상을 집에서 볼 수 있는 최적의 방법으로 화질이 좋은 레이저 프로젝터를 꼽는다.
이 같은 장점과 가격이 소니 제품과 비교돼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 좋은 제품”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구매 주문이 밀려 들었다. 지금 제품을 구입하려면 2,3주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다. 어떻게 이 가격에 이런 제품을 만들었는 지 개발을 맡은 LG전자 HE사업본부의 이수면(42) 책임과 이상호(45) 책임연구원, 디자인센터의 조윤영(46) 책임연구원을 22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봤다.
-TV보다 덜 팔리는 홈시네마용 프로젝터를 어떻게 개발하게 됐나.
이수면: “세계 프로젝터 시장에서 홈시네마용 제품 비중이 점점 올라가 지난해 10%에서 내년에 20%로 늘어난다. 프로젝터는 TV에 비해 적은 가격으로 100인치 이상 대화면을 볼 수 있어 가성비가 좋다.”
-다른 제품과 달리 3개의 레이저 광원을 사용한 이유는.
이상호: “정확한 색 표현 때문이다. 이 제품은 2개의 블루 레이저와 1개의 레드 레이저 등 총 3개의 레이저 광원을 사용했다. 2개의 블루 레이저 가운데 1개는 형광체를 사용해 초록색을 만든다. 다른 색깔들은 3개의 레이저 광원을 조합해 만든다. 그래서 다른 프로젝터에서 색깔 표현을 위해 사용하는 컬러 휠을 없앴다. 다른 프로젝터는 광원에서 쏜 빛이 컬러 휠을 통과하며 색을 만들기 때문에 색 표현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 제품은 광원 자체에서 색 조합이 이뤄져 정확한 색 표현이 가능하다. 색 적합도 만큼은 극장 기준인 DCI-P3 수준의 97%를 만족시킨다.”
-발열과 소음은 어떻게 해결했나.
조윤영: “레이저가 여러 개여서 열이 많이 나 냉각 팬도 6,7개 사용했다. 냉각 팬이 많으면 소음이 커져 이를 해결하는 것이 문제였다. 제품 옆에 열을 발산하는 통풍구를 만들었고 앞이나 옆에서 보이지 않도록 디자인했다. 그러면서 건축 설계 방식의 디자인을 적용해 소음도 거의 없다.”
-섬유를 사용한 디자인이 특이하다.
조윤영: “덴마크의 명품 섬유업체 크바드라트(Kvadrat)사의 섬유 소재로 전면 스피커를 덮었다. B&O 등 명품 가전업체들이 크바드라트의 섬유를 많이 사용한다.”
-일본 소니의 4K 레이저 프로젝터는 가격이 2,000만~8,000만원이다. 시네빔 4K 레이저는 어떻게 가격을 500만원대로 줄였나.
이상호: “부품 공급망(SCM) 관리 시스템 덕분이다. 대량으로 구입한 TV용 부품과 소재를 같이 활용하면서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 대기업이어서 가능한 부분이다.”
이수면: “가격을 제품 기획 단계에서 설정해 놓고 출발했다. 내부에서는 더 올려야 한다며 반대가 많았다. 500만원대에 제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가격을 올리면 대중화가 어렵다고 봤다. 1년 8개월 동안 수십 번 회의를 하며 설계를 바꾸고 새로운 부품을 사용해 제품을 개발했다.”
-물량 부족은 언제쯤 해결되나.
이수면: “예상보다 소비자들 반응이 좋아 초기 물량이 빨리 소진됐다. 8월부터 물량 부족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와이파이 접속이 잘 되지 않는 문제는 해결했나.
이상호: “초기 제품에 결함이 있어서 와이파이 접속에 문제가 있었다. 지금은 해결했다.”
-영상을 위로 비추는 방식이어서 렌즈에 먼지가 쌓이지 않나.
이상호: “렌즈 위에 강화유리를 덮었다. 먼지가 쌓이면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주면 돼 보호 덮개를 따로 만들어 덮어주지 않아도 된다.”
-일반 프로젝터는 평균 2,000시간 정도 사용하면 광원(램프)을 교체한다. 이 제품은 램프를 얼마나 사용할 수 있나.
이상호: “램프 수명은 최대 밝기로 했을 때 2만 시간이다. 하루에 8시간씩 사용하면 7년 됐을 때 밝기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러니 일반 프로젝터보다 램프 수명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길다.”
-개인이 램프 교체를 할 수 있나.
이상호: “레이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도록 돼 있는 규제 물질이어서 개인이 집에서 램프 교체를 할 수 없다. 반드시 제조업체에 교환 요청을 해야 한다.”
-어떤 스크린을 사용해야 하나.
이수면: “스크린 주변에 틀(프레임)을 붙여서 벽에 고정할 수 있는 액자형 스크린을 사용해야 한다. 밑으로 잡아당기는 롤 방식 스크린은 울기 때문에 밑에서 위로 영상을 투사하면 굴곡이 심하게 나타난다. 형광등처럼 아주 밝은 불빛 아래서 사용하는 게 아니라면 비싼 광스크린을 살 필요는 없다. 광스크린은 위에서 내려오는 불빛을 차단하고 밑에서 올라오는 영상을 정면에서 잘 보이도록 반사시키는 제품이다. 따라서 불빛이 밝은 환경이 아니라면 굳이 광스크린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후속 제품 개발 계획은.
이수면: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고, 고민 중이다. TV와 프로젝터 시장은 소비자가 구분돼 있다고 보기 때문에 프로젝터를 계속 개발해 꾸준하게 선보일 것이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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