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극소수에 혜택” 반발
목사 등 종교인들의 퇴직소득(퇴직금)에 대한 과세범위를 축소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고소득 종교인 특혜 논란’ 속에 지난 4월 법안 처리가 무산되며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관측이 많았는데, 의외로 손쉽게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여전히 논란은 진행형이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법사위는 지난 17일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앞서 작년 1월부터 시행된 종교인 과세는 종교인이 받는 사례금(월급)과 퇴직금이 과세 대상이다. 다만 현행 법에는 퇴직금 과세 기간이 ‘퇴직금을 적립한 전체 기간’인지 ‘법 시행 이후부터’인지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이에 올해 3월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1월 이후 적립된 퇴직금에만 과세하는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번에 법사위 소위를 통과한 것이다.
지난 3월에도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종교인은 월급에도 세금을 적게 매기는데, 퇴직금 과세 범위마저 줄이려 한다”는 특혜 논란에 부딪혀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렸다. 당시 여권 관계자들은 “민감한 사안이라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소위는 ‘만장일치’ 의결이 원칙이라 위원 1명만 극구 반대하면 의결이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 처리는 ‘일사천리’였다. 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출석위원 8명 중 이의를 제기한 위원은 김종민 민주당 의원뿐이었다. 김종민 의원은 “대형교회 목사님들 퇴직소득이 십 몇 억씩 되는 경우가 많은데, 다 봐주자 하니 저항이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정안이 ‘억대’ 퇴직금을 받는 극소수 개신교 목회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불교나 천주교는 퇴직금이 없거나, 이미 법이 규정한 세금을 자발적으로 내고 있다.
하지만 “모든 걸 징벌적으로 하려고 한다. 큰 교회 목사가 죄인이냐”(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일정 금액 이상만 타깃으로 하면 조세형평에 안 맞는다”(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등의 반박이 제기됐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생각이 다르다”며 이견을 표했다가, “다들 공감하면 양보하겠다”고 물러섰다. 결국 개정안은 만장일치 의결됐다.
여권 관계자는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가 남아있지만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법안이 법사위로 넘어온 후 지역 종교계를 중심으로 개별 의원에게 법안 통과를 재촉하는 움직임이 적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여전히 반발 중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2018년 이전 퇴직금에는 비과세하겠다는 건 극소수 종교인에게만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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