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고용노동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일본 수출규제 품목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 등을 담당하는 근로자에 대해 한시적으로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를 풀기로 했다. 근로자 동의가 있으면 주 12시간을 초과하는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할 방침이다. 일본 수출 제한에 따른 피해가 사회재난에 준하는 사고로 국가 차원에서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일본 수출규제가 우리 경제와 사회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긴급하게 R&D 집중근로가 필요한데 근로시간 규제로 차질을 빚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특별연장근로는 자연재해, 재난관리기본법상 자연ㆍ사회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경우 고용부 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주 12시간 연장근로를 초과해 일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앞서 2016년 개성공단 폐쇄 당시 공단업체들 일부에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한 바 있다.

이번 특별연장근로 적용 대상은 일본이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 플루오린 플리이미드, 리지스트, 고순도불화수소(에칭가스)와 관련된 업체다. 이들 3개 물질은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소재ㆍ부품으로 쓰인다. 이를 국산화하기 위한 R&D와 제3국에서 대체조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테스트(검증) 등에 관련된 연구 및 연구지원 필수인력에 대해 해당 업체는 근로자 동의를 받아 지방고용노동관서에 특별연장근로 인가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기업은 대상근로자, 연장 업무의 종류, 연장기간 등을 신청서에 명시해야 한다. 각 관서는 필요성 등을 확인해 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최장 3개월 안에서 허용되며, 불가피한 경우 3개월 단위로 재신청도 가능하다.

다만 고용부는 해당 물질을 다루는 업체수가 적어 특별연장근로 적용 대상 근로자 수는 한정적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근로자 건강권 보호를 위한 단서 조항도 제시할 방침이다. 2016년 개성공단 폐쇄 당시 고용부는 A 전기장비 제조업체에 대해 3개월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하면서 ‘1주간 연장근로 한도(12시간)에서 10시간만 연장(1주 총 22시간 연장근로)’ 하는 등 부대조건을 설정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장관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결사의 자유협약 제 87호ㆍ제98호, 강제노동 금지협약 제29호) 비준동의안을 이번 주 중에 외교부에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 비준동의안과 관련 법 개정안을 동시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외교부에서 국회에 비준동의안 제출 전까지 거쳐야 하는 절차를 추진해 갈 것”이라며 “법률 개정안은 전문가 중심으로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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