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옥신 등 유해물질 거의 없다” 불구 “학교서 800m… 입지선정 잘못”
※안동 경북도청 신도시와 경북 포항에서 쓰레기 처리시설을 놓고 주민들과 심한 마찰을 빚고 있다. 이곳은 폐기물을 그냥 태우는 대신 고체로 만들어 열과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첨단 시설이지만, 미세먼지와 환경호르몬 배출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높다. 이들 현장을 찾아 실태와 반대 이유,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18일 오전 11시 경북 포항시 남구 호동 생활페기물 에너지화시설 정문 앞. 평일 낮인데도 대형 전세버스에 나눠 타고 온 인근 오천읍과 청림동, 제철동 주민 100여명이 한 손으로 코를 막은 채 맨바닥에 줄지어 앉아 “가동을 중지하라”고 외쳤다. 한 주민은 “날이 흐린 탓인지 오늘따라 냄새가 유난히 심하다”며 “이런데도 악취가 없고 유해시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곳은 가연성 생활쓰레기를 압착, 고형화해 태운 열로 전기를 생산하는 고형폐기물연료(SRF, Solid Refuse Fuel) 발전소다. 하루 약 500톤의 쓰레기를 태워 4,000가구가 쓸 수 있는 12.1㎿의 전기를 생산한다. 그냥 소각하면 단순 쓰레기소각로에 불과하지만 이곳에서 쓰레기는 소중한 에너지원으로 변신한다. 생산한 전기는 전량 한전에 판매한다.
포스코건설 등이 자부담 826억원, 국비 641억원, 도비 13억5,000만원, 시비 53억5,000만원 총 1,534억원을 투입, 지난 2월부터 가동 중이다. 2008년부터 추진했으나 난항을 겪다가 2016년 6월 착공, 올 2월 완공했다.
운영은 민간투자기업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포스코건설이 포항이앤이㈜라는 운영법인을 설립해 가동하고 있다. 15년간 운영수익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가동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주민 반발로 차질을 빚어 투자비 회수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포항이앤이 관계자는 “일반 쓰레기 소각장은 반입한 가연성쓰레기를 그냥 태운다. 우리는 중금속등을 미리 제거하고, 초미세먼지도 거르는 최첨단 집진설비를 갖췄다.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도 법적 허용치의 5~7%에 불과하다. 땅에 묻든 태우든 쓰레기는 처리해야 하는데, 오염물질이 가장 적게 나오는 방법에 전기까지 생산하는 방식으로 처리하지만 설명해도 들으려 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한숨지었다.
포항시까지 나섰지만 주민들은 반대수위를 높이고 있다. 유해물질이 법적 기준치 이하라도 장기간 흡입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포항SRF가 인근 초등학교 옆에 조성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직선거리로 700여m에 포항 인덕초등, 약 1.3㎞ 거리엔 포항 구정초등학교가 있다.
포항 오천읍 SRF반대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아무리 법적 허용치 이하로 배출된다 해도 면역력이 약하고 한창 자라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가까이 짓는 게 말이 되느냐”며 “SRF가 있는 호동 바로 옆 오천읍만 해도 주민 수가 5만7,000명이 넘는데 대단위 주택단지에 폐기물 처리시설을 만든 것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낮은 굴뚝도 말썽이다. 포항공항과 직선거리로 2㎞도 안 되는 비행안전구역이어서 고도제한에 걸려 100m는 돼야 할 굴뚝높이가 34m에 지나지 않는다. 주민들은 오염물질이 제대로 확산하지 않고 주거지역으로 퍼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포항시와 운영사 관계자는 “굴뚝높이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송풍기로 배출가스를 160m 높이까지 쏘아 올리는 등 보완책을 마련했다”며 “악취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설을 보강해 나가고 현장 운영 모습을 투명하게 공개해 주민 신뢰를 쌓아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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