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대 가짜 세금계산서 발급
190억원 상당의 은을 유통하며 유령업체를 세워 수백억 원 규모의 허위세금계산서를 만든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건설ㆍ조세ㆍ재정범죄전담부(부장 김명수)는 알갱이 형태의 은 그래뉼(granule) 유통 과정에서 세금계산서를 위조하고 허위 거래증빙자료로 범행 흔적을 지운 총책 박모(34)씨 등 4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은 유령업체 대표 등 공범 10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씨 일당은 2016년부터 약 2년간 12개의 유령업체를 설립해 600억원 상당의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실거래업체와 계약을 맺기 전 여러 유령업체들과 허위계약을 체결했고 실제 거래는 없었지만 세금계산서를 받아 물건을 판 것처럼 속였다. 허위세금계산서 발급 뒤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단기간에 폐업하는 일명 ‘폭탄업체’와 1차 계약을 맺은 다음 세금계산서를 받아 세탁하는 유령업체 두 곳과 단계적으로 허위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수사당국의 추적을 따돌렸다.
세금계산서는 양자간의 거래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일종의 ‘증빙서류’로, 상품의 유통 출처가 확인돼야 발급된다. 금이나 은과 같은 귀금속을 해외에서 불법적 밀수해 오거나 전자제품의 부속품을 녹여 추출하는 등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거치지 않을 경우 세금계산서가 붙지 않는다. 세금계산서가 없으면 부가가치세로 판매액의 10%를 떼는 반면, 세금계산서가 있으면 이익금의 10%만을 떼기 때문에 계산서가 있는 편이 판매자 입장에서는 이익이다. 박씨 일당은 부가가치세를 덜 내기 위해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 일당은 실제 거래로 위장하기 위해 은 그래뉼을 전달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거래처 간에 단가협상을 하는 것처럼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통화내역을 남기는 등 주도면밀하게 수사당국의 감시를 피했다. 계좌추적에 대비해 실거래업체가 유령업체 계좌로 거래대금을 입금하면 다른 유령업체로 대금을 넘겨 거래내역을 남긴 뒤 마지막으로 이를 전달받은 업체가 현금으로 출금해 총책에게 건네기도 했다.
여러 유령업체들과 꼬리를 물듯 계약하는 과정에서 각 업체 대표들에게는 세금계산서 발급 수수료까지 지급했다. 유령업체를 단기간에 폐업시키고, 또 새로운 업체를 개업하는 등 거래라인도 주기적으로 세탁했다. 세무조사 및 수사가 시작되자 ‘조사 대비 시나리오’를 만들어 공유했고, 입을 철저히 맞춰 업체들 간에 실제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허위진술을 했다.
검찰은 이들이 중간에서 얻은 부당이득을 15억~16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갈수록 범행수법이 치밀해져 적발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조세범죄는 국가재정의 누수를 야기하는 만큼 앞으로 더욱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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