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억할 오늘] 찰스 어그스터의 멀리뛰기(7.26)

입력
2019.07.26 04:40
26면
0 0
찰스 어그스터는 ‘나이는 숫자일 뿐’임을 몸으로, 책으로 웅변했다. 숨지기 한 달 전인 2017년 3월 대구 세계마스터스 대회 멀리뛰기에 출전한 그. kaaf.or.kr
찰스 어그스터는 ‘나이는 숫자일 뿐’임을 몸으로, 책으로 웅변했다. 숨지기 한 달 전인 2017년 3월 대구 세계마스터스 대회 멀리뛰기에 출전한 그. kaaf.or.kr

영국ㆍ스위스 국적의 찰스 어그스터(Charles Marin Eugster, 1919.7.26 ~2017.4.26)는, 아마도 스포츠 국제대회에서 가장 다양한 종목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한 선수일 것이다. 그는 87세이던 2006년 보디빌딩을 시작해 약 10년간 크고 작은 국제대회에서 100개가 넘는 트로피를 획득했고, 국제 마스터스 조정경기대회(85세 이상 K그룹)의 46개 금메달을 포함, 120개가 넘는 국제 조정대회 메달을 획득했다. 2014년 95세에 시작한 육상으로 이듬해 3월, 95세 이상 그룹 200m 실내육상대회에서 55.48초로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고, 실외 400m에서도 세계기록(2분21초46)을 경신했다. 그해 8월 버밍엄 알렉산더 스타디움에서 세운 100m 기록(23.78)도 세계 신기록이었다. 사실 그에겐 적수가 없었다. 그는 2017년 3월 대구 세계 마스터스 실내육상경기대회 95세 이상 60m 달리기와 멀리뛰기 2종목에 혼자 출전해 금메달 두 개를 땄고, 한 달 뒤 심장이 멎었다.

런던에서 태어난 그는 작고 병약한 아이였으나 13세 무렵 편도선 절제수술을 받은 뒤 표나게 건강해졌다고 한다. 복싱, 조정, 럭비 등 온갖 운동을 즐겼지만, 20대 초 심장 부정맥 판정을 받은 뒤부터 격한 운동을 삼갔고, 치과대학을 졸업한 뒤 스위스 취리히에 정착해 개업 치과의로 일했다.

63세이던 1982년 어느 날 아침 거울 속 “벗겨진 머리”와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은 지방덩어리”에 마음이 상한 나머지 다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운동의 동력이 허영심이었다고, “해변을 으스대며,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걷고 싶었다”고 말했다. 2001년 두 번째 아내를 사고로 잃은 슬픔을 이기게 해 준 것도 운동이었다고 한다.

그는 2017년 1월 ‘나이는 숫자일 뿐(Age is Just a Number)’이란 제목의 책을 냈고, 노년의 운동을 홍보하는 인기 강사로도 활약했다. 그의 육체는 예외적으로 우수했고, 그는 자신의 육체를 적절히 담금질할 만한 열정이 있었다. 도전을 즐긴 그의 정신은 근육만큼 탄력적이었다. 다만 그가 말한 ‘숫자’는 어쩔 수 없이 결정적인 거였다. 최윤필 선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