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21일 오후(현지시간) 8박 9일간의 방글라데시ㆍ타지키스탄ㆍ키르기스스탄ㆍ카타르 등 4개국 공식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순방 전 한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총리가 자리를 비운다는 비판도 일었지만, 이번 순방을 통해 신북방 및 신남방 외교의 외연을 넓히고 한국 기업의 진출을 지원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총리는 한국 조선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와 관련해 카타르 측으로부터 “한국 조선기업의 특별한 능력을 잘 알고 있고 한국 기업이 참여하길 기대한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이 총리는 첫 방문국인 방글라데시에서는 셰이크 하시나 총리와의 회담, 모하마드 압둘 하미드 대통령 예방, 양국 비즈니스 포럼 등을 통해 에너지ㆍ기반시설ㆍ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등에서 우리 기업 진출이 확대되도록 지원을 요청했다. 서남아시아의 지정학적 요충지인 방글라데시는 연 7%대의 고도성장을 하는 인구 1억6,000만명의 거대 시장이자 ‘포스트 차이나’ 국가로 꼽힌다. 이곳에서 국내 최대 아웃도어 의류 OEM 제작업체인 영원무역이 방글라데시 치타공에 조성한 한국수출공업단지(KEPZ) 소유권 이전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지원해달라고 방글라데시 정부에 요청했다.
이 총리는 이어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탄 등 중앙아시아 2개국을 방문했다. 두 국가는 중앙아 내에서 비교적 소국으로 분류되지만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한국의 입장을 일관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시장 개척을 위한 요충지로 평가 받는다. 타지키스탄 측은 이 총리와의 회담에서 희토류 등 자국 광물자원의 개발ㆍ가공ㆍ수출에 한국 기업의 참여해 줄 것을 희망했다. 키르기스스탄도 한국과 보건ㆍ의료, 농수산, 교통, 인프라, 전자정부,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한 가운데 특히 천연식품 분야의 합작 기업 설립 문제까지도 논의했다. 두 국가 모두 한국 기업들에 면세 혜택 등을 제시하며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이번 순방 ‘세일즈 외교’의 정점은 카타르였다. 이 총리는 19~21일 방문한 카타르에서 320억 달러 이상 규모의 에너지ㆍ인프라 분야 우리 기업 수주를 지원했다. LNG 운반선 60척(1척 당 약 1억7,500만 달러) 건조 및 유지보수, 북부 가스전 공사, 퍼실리티 담수복합발전소 건설, 하마드 국제공항 확장, 태양광발전소 건설 등 10가지 협력이 이번 이 총리의 방문에 달려 있었다.
이와 관련 이 총리는 21일 압둘라 빈 나세르 빈칼리파 알사니 총리 및 각 부처 장관과 회담하고 압둘라 빈 하마드 알 싸니 부국왕을 예방했다. 연쇄 회동에서 카타르 측은 “북부 가스전 개발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희망한다”, “한국 기업의 LNG 운반선 입찰 참여를 환영한다” 등 긍정적인 메시지를 건넸다고 총리실은 밝혔다. LNG 입찰 규모도 60척에서 100척으로 늘어났다. 아울러 양국은 오는 10월 한ㆍ카타르 고위급 전략회의와 양국 비즈니스 포럼을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하고, 전략회의에서 10가지 협력 사안에 대해 최종 합의를 도출하기로 했다.
이 총리의 순방을 계기로 각국에서 개최된 비즈니스 포럼에서도 상당한 계약 실적이 나왔다. 한ㆍ방글라데시 비즈니스 포럼을 통해 2,432만 달러 규모의 성과(MOU 및 계약 8건)를, 한ㆍ키르기스스탄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437만여달러의 성과(MOU 23건)를 올렸다.
도하(카타르)=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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