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지레 겁 먹고 쫄지 말자… 文정부, 서희ㆍ이순신 역할 동시에”또 페북 글
일본은 고노 등 장관들 文대통령 발언 비판… 강경화 등 외교라인은 존재감 없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21일 한·일 경제전쟁과 관련해 “법적·외교적 쟁투를 피할 수 없는 국면에는 싸워야 하고, 또 이겨야 한다”며 “국민적 지지”를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인 조 수석이 연일 일본을 넘어서자며 ‘극(克)일’의 선봉장을 자처하는 모양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장관 등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수족과도 같은 내각 인사들이 이례적으로 문 대통령의 주요 발언을 직접 비판하며 전면에 선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반면 우리 외교부는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친한파로 분류되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장관이 공세적으로 나서는 등 일본 측이 의도적으로 외교결례 논란까지 키우는 상황과 대비된다. 청와대와의 전략적 역할 분담으로 볼 측면이 없진 않지만 일본 내각이 전방위로 뛰는 반면 카운터파트인 외교부가 뒤로 빠져있는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 수석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 국력, 분명 한국 국력보다 위다. 그러나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라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물론 제일 좋은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판정이 나기 전에, 양국이 외교적으로 신속한 타결을 이루는 것”이라면서도 “피할 수 없는 국면에는 싸워야 하고, 또 이겨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조 수석은 “문재인 정부는 국익수호를 위해 ‘서희’의 역할과 ‘이순신’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수석은 특히 “외교력을 포함한 한국의 국력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시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병탄(倂呑)’을 당한 1910년과는 말할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전문가들 사이에서 패소 예측이 많았던 ‘후쿠시마 수산물 규제’ 건에서는 2019년 4월, WTO가 한국 정부 손을 들어준 바 있다”고 지적했다. 냉정하게 대응하면 일본을 꺾을 수 있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또 다른 글에서는 “1965년 이후 일관된 한국 정부의 입장과 2012년 및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부정, 비난, 왜곡, 매도하는 것은 정확히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며 “나는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맹비난했다.
문 대통령의 핵심측근에다 민정수석이란 직책을 감안하면 조 수석이 연일 대일 외교 전면에 나서는 게 이례적이란 평가가 많다. 일각에선 일본의 잇따른 외교결례에 불가피한 조치란 의견도 없지 않다.
이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공식 라인이 관련 언급을 자제하는 듯한 기류와 대비된다. 하지만 고노 외무장관까지 공세에 나선 마당에 우리 외교부가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노 장관은 20일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강제징용 피해자의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소멸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되풀이 하며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있는 대응을 취하라”고 주장했다.
고노 장관은 특히 “한국에 대한 수출통제를 둘러싸고 부적절한 사안도 발생했다”며 화이트 리스트(백색국가) 배제를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그는 1993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사과한 ‘고노 담화’의 주역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의 아들로 대표적인 친한파 정치인이었다. 그런 그가 아베 정권 각료로 발탁된 뒤 정반대 행보에 공격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일본은 최근 아베 총리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각료들이 앞다퉈 문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비판하면서 격(格)에 맞지 않는 언급을 쏟아내고 있다. 세코 경제산업장관은 앞선 15일 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일본이 수출규제의 명분을 놓고 말 바꾸기를 한다고 지적하자 트위터 등을 통해 “처음부터 수출관리를 적절하게 실시하기 위해서였다”고 정면 반박했다.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도 거론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도 문 대통령 때리기에 가세하고 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