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서부에서 동부 해안까지 폭염이 기승을 부린 20일(현지 시간)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츠 빌딩 앞 분수대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중서부에서 동부해안에 이르는 지역이 화씨 100도(섭씨 37.7도) 이상의 열기로 펄펄 끓고 있다. 뉴욕, 보스턴, 워싱턴, 필라델피아 등 주요 도시들이 폭염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인명 피해까지 속출하고 있다.

이번 주 후반부터 미 대륙을 달구고 있는 폭염은 주말로 가면서 절정에 올랐다. 20일 뉴욕 워싱턴 보스턴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필라델피아 등 주요 도시들의 낮 최고 기온이 35~37도를 기록했으며 습도까지 감안한 체감온도(Heat Index)는 무려 41도~44도까지 치솟았다. 미국 중부 아이오와주에선 체감온도가 49.4도를 기록한 곳도 나왔다. 체감온도가 40도를 넘으면 발령되는 폭염 경보가 미국 인구의(3억2,700만 명)의 3분의 1이 넘는 1억2,600만 명에게 내려졌고 폭염주의보까지 합쳐 2억명 가량이 이번 폭염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 같은 폭염으로 매릴랜드주에서 4명, 아칸소에서 1명, 애리조나주 1명 등 최소 6명이 숨졌다고 미국 CBS방송이 이날 전했다. 아칸소에선 미식축구팀 뉴욕 자이언츠의 라인맨 출신이자 슈퍼볼 우승 멤버인 미치 페트러스(32)가 지난 18일 가족의 가게 밖에서 온종일 작업을 하다 열사 쇼크로 숨졌고, 애리조나주 피닉스 교외에서도 에어컨 기술자가 한 다락에서 작업하던 중에 숨졌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메릴랜드주에서도 4명의 사망자가 나오자 래리 호건 주지사는 트위터에 "주민들에게 다시 한번 환기한다. 이 심각한 폭염의 영향으로부터 건강을 지켜야 한다"라고 올렸다.

숨막히는 ‘살인 더위’로 뉴욕에선 철인 3종 경기, 야외음악 축제인 ‘오지 페스트(Ozy fest), 경마대회 등 야외 행사들이 잇따라 취소됐다. 사우스다코다주에선 도로 표면이 열기로 녹아 내리면서 일부 고속도로가 차단됐고 곳곳에서 정전도 잇따르고 있다. 폭염 와중에 미네소타주에는 기습 폭풍우에 따른 홍수로 또 다른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미국 기상청은 잠시라도 차량 내부에 아이들을 남겨둬서 안 된다고 거듭 경고했다.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기상청 지부는 차량 안에 비스킷 반죽을 담은 냄비를 올려놓는 실험 결과를 소셜 미디어에 올리며 차량 내부가 얼마나 위험하지를 경고했다. 비스킷 반죽이 45분만에 부풀기 시작했고 냄비 온도도 최고 85도까지 올라 비스킷이 5시간만에 구워졌다는 것이다.

이번 폭염은 2012년 이후 최고의 무더위로 평가되고 있다. 그린란드 빙하가 모두 녹아내렸던 2012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역대급 해빙 추세를 보이고 있고 이달초에는 알래스카가 화씨 90도(섭씨 32.2도)까지 치솟았다. 무더위에 따른 북극 지역의 대규모 해빙은 겨울철에는 대규모 폭설도 동반해 올해는 폭염에 이어 폭설 등 이상 기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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