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전남편 살해 혐의 첫 재판 
고유정 인물 관계도. 그래픽=강준구 기자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ㆍ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의 1심 재판이 23일 시작된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 정봉기)는 이날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조사 방법 등을 논의한다. 검찰은 고씨가 살해를 치밀하게 준비해 고의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보지만, 고씨는 성폭행에 저항하다 우발적으로 죽였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잔혹한 범죄수법으로 국민들을 공분하게 만들었던 이 사건의 발단은 올해 5월1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남편 강모(36)씨가 고씨를 상대로 “아들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며 신청한 면접교섭권 이행명령의 조정절차가 마무리 된 날이다. 강씨는 이달 25일 고씨와 아들이 거주하는 청주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수사 결과로 재구성한 고유정 사건 일지. 그래픽=박구원 기자

검ㆍ경 수사 결과에 따르면 고씨는 이 때부터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청주의 병원에서 수면제인 졸피뎀을 처방받아 약국에서 구입했고, ‘뼈의 무게’, ‘혈흔’ 등 단어를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강씨를 만나기로 한 날보다 며칠 앞서 제주도에 도착한 고씨는 면접교섭 장소를 청주에서 제주로 변경했다. 근처 마트에서 표백제, 고무장갑, 식칼 등 범행 도구를 구입했고, 25일 본인이 예약한 무인펜션에서 강씨를 살해했다.

고씨는 27일 펜션에서 퇴실하기 전까지 시신을 훼손하고 내부를 깨끗하게 청소했다. 이후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빠져 나와 훼손된 시신 일부를 바다로 버렸다. 육지에 도착해서도 경기 김포시의 가족 명의 아파트로 이동해 사체 일부를 추가로 훼손한 뒤 근처 쓰레기장 등에 버렸다. 고씨의 범행은 강씨 가족들의 실종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31일 펜션에서 혈흔을 확인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고씨 재판의 최대 쟁점은 살인의 고의성 여부다. 고씨는 줄곧 정당방위를 주장하고 있다. 죽인 것은 맞지만, 성폭행하려는 전 남편을 저지하려다 우발적으로 그런 것일 뿐 계획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씨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지난달 10일 오른손과 몸에 난 상처 등에 대한 증거보전을 신청해 상처에 대한 증거를 미리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고씨가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씨의 청주 자택에서 압수한 컴퓨터와 휴대폰 분석을 통해 살해 관련 검색어를 검색한 정황이 나왔고, 범행 직전에 범행 도구를 구입한 점 등으로 봤을 때 계획범죄가 틀림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고씨가 입은 상처를 자해의 흔적 또는 상대방을 공격하다 생긴 상처로 보고 있다.

1심이 고씨의 범행을 계획범죄로 본다면, 중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는데,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극단적 인명 경시가 동반된 살인죄의 경우 적어도 징역 20년에서 많게는 무기징역 이상(무기 또는 사형)을 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번 사건에선 살인의 가장 직접적 증거인 시신이 없는 만큼 혐의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법조계에선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만으로도 혐의 입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2015년 경기 화성시 세입자가 집주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사건에서도, 시신을 찾지 못했지만 세입자의 절단기 구입 정황 및 범행관련 검색 등이 인정돼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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