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ㆍ삼성전기 등 소재 확보 총력 
[저작권 한국일보]주요 반도체 협력사에 일본 -박구원 기자/2019-07-21(한국일보)

일본의 수출 규제 여파가 국내 반도체 업체는 물론 반도체 제조사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에도 점차 번지고 있다. 일본이 아직 국내 협력사들이 수입하는 소재에는 수출규제 조치를 걸지 않았지만, 주요 협력사들은 일본에 임직원을 파견해 소재 확보에 적극 나서는 등 선제적으로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속속 가동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 규제 여파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반도체 업계는 물론 국내 협력사들도 향후 다가올 수출규제 조치에 대비해 소재 확보에 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도체 PCB(인쇄 회로 기판) 등을 생산해 반도체 제조사에 공급하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1차 협력사들은 최근 임직원을 일본에 급파했다. 일본이 현재 수출규제 조치를 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감광액,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이 PCB를 생산하는 데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향후 수출규제 조치가 강화될 것을 대비해 관련 소재 확보에 나선 것이다. PCB 생산업체 관계자는 “제품 품질이나 순도 차이는 있지만 PCB를 만들 때도 감광액, 불화수소 등이 필요해 상당 부분 일본산을 수입해 쓰고 있다”며 “일본이 향후 수출규제 목록 범위를 더 넓힐 것으로 보고, 관련 소재를 최대한 미리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CEO 이석희 사장이 21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이런 움직임은 삼성전자가 협력사들에 “일본산 소재ㆍ부품 전 품목에 대해 90일치 이상의 재고를 비축해 달라”고 요청한 뒤 본격화했다. 반도체 생산 고리의 최상위에 있는 삼성전자가 사태 장기화를 예상하고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자 그 아래에 있는 협력사들도 연이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소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도 최근 2, 3차 협력사들에 일본산 소재와 부품을 최대한 확보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협력사 관계자는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완성된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감광액과 불화수소뿐 아니라 도금 관련 화학 소재 등 수십여 가지의 소재ㆍ부품이 필요하다”며 “일단 일본산 소재는 전부 수입규제가 걸린다는 가정 하에 최대한 소재를 확보해 달라는 요청을 1차 협력사들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협력사들의 이런 걱정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일본이 다음달 수출허가 신청을 포괄적으로 면제해주는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면 협력사들이 수입하는 대부분의 소재에도 수입규제 조치가 사실상 걸리게 된다. 화이트 국가 목록에서 빠질 경우 우리나라는 최대 1,000여개에 달하는 품목을 수입할 때마다 일본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완성품 제조업체보다 협력사들의 일본산 소재 의존도가 더 높다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LG이노텍과 삼성전기에 일본 부품이 공급되는 비중은 각각 15.8%와 13.8%로 삼성전자보다 2배 이상 높다. 협력사 업계 관계자는 “업체별로 일본산 소재∙부품을 적개는 수십여개, 많게는 백여개 이상 쓰기 때문에 이를 대체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며 “일본 수출 규제 조치 범위가 반도체 제조사뿐 아니라 협력사 전반으로 확산된다면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파장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도체 업계의 소재 확보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이 사장은 며칠 간 일본에 머물면서 현지 협력사들과 원자재 수급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위한 예산 2,730억원을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반영해줄 것을 국회에 요구했다. 증액 요청 예산은 대부분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의 국산화 사업 관련이다. 정부는 일본을 대체해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 반도체 소재에 대해 관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주는 ‘할당 관세’ 시행도 검토하고 있다. 할당 관세 대상 품목은 최대 40%까지 관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다만 할당 관세는 수입국이 아닌 품목 기준으로 적용돼 일본산 제품까지 감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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