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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백기사인줄 알았는데… 델타항공 캐스팅보트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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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백기사인줄 알았는데… 델타항공 캐스팅보트 역할?

입력
2019.07.22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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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연합뉴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이자 대한항공 최대주주인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 함수가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항공사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대거 사들여 3대 주주에 오를 채비를 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 KCGI(강성부펀드)의 기존 양자대결 구도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업계에선 델타항공이 대한항공의 사업 파트너인 점을 들어 조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할 거란 관측이 다소 우세하지만, 정작 델타항공은 “어느 편도 아니다”라며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델타항공이 자사 이익을 앞세워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경우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다자 대결구도로 변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저작권 한국일보]한진칼 지분 구조_신동준 기자/2019-07-21(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한진칼 지분 구조_신동준 기자/2019-07-21(한국일보)

 ◇한진칼 지분 10% 확보하려는 델타항공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현재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기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20일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4.3%를 확보한 뒤 미 당국 승인을 거쳐 지분을 10%까지 늘리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업계에선 델타항공이 강성부펀드와 경영권 다툼을 하고 있는 조 회장의 백기사로 활동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JV) 형태로 지난해부터 한미 직항 13개 노선과 370여 개 지방도시 노선을 함께 운영 중이다. 강성부펀드가 지난해 9월부터 한진칼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경영 참여를 노리는 상황에서, 조 회장이 델타항공의 후원을 얻을 경우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을 포함한 한진그룹 일가가 28.94%, 강성부펀드가 15.98%를 갖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조 회장을 도와주면 사실상 지분 40%를 확보해 강성부펀드의 어떤 공격도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립’ 자처하는 델타항공 

이를 반박하는 주장도 있다.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은 조 회장 측 백기사를 자처했다기보단, 협력사에 대한 지분 투자 전략의 연장선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델타항공은 공동노선을 운영하는 협력사의 지분을 여러 차례 사들였다. 2017년 에어프랑스 지분 10%를 샀고, 2015년엔 중국 동방항공(3.5%)과 브라질 저비용항공사 골(9.5%) 지분을 매입하기도 했다.

델타항공 스스로도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한 직후 매입 이유를 묻는 강성부펀드의 서신에 “이번 투자는 한진칼과 어떠한 관련 합의 없이 이뤄졌다. 어느 편에 서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델타항공이 ‘전략적 중립’을 지키면서 한진그룹과 강성부펀드, 어느 쪽과도 대립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델타항공 입장에선 자사 이익 극대화를 위해 캐스팅보터의 위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델타항공은 때에 따라 강성부펀드와 접촉하는 등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강성부펀드가 최근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점을 주시하는 시각도 있다. 강성부펀드의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총 400억원을 대출해준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지난달 200억원(지분 1.78% 담보)의 만기 연장을 거절한 데 이어 오는 22일 만기가 돌아오는 나머지 200억원에 대해서도 상환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강성부펀드 입장에선 당장의 대출금 막기에 급급해 지분을 끌어올리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중립을 자처한 델타항공에게 접촉해 우호적 관계 형성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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