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연합뉴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이자 대한항공 최대주주인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 함수가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항공사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대거 사들여 3대 주주에 오를 채비를 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 KCGI(강성부펀드)의 기존 양자대결 구도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업계에선 델타항공이 대한항공의 사업 파트너인 점을 들어 조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할 거란 관측이 다소 우세하지만, 정작 델타항공은 “어느 편도 아니다”라며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델타항공이 자사 이익을 앞세워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경우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다자 대결구도로 변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저작권 한국일보]한진칼 지분 구조_신동준 기자/2019-07-21(한국일보)
 ◇한진칼 지분 10% 확보하려는 델타항공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현재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기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20일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4.3%를 확보한 뒤 미 당국 승인을 거쳐 지분을 10%까지 늘리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업계에선 델타항공이 강성부펀드와 경영권 다툼을 하고 있는 조 회장의 백기사로 활동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JV) 형태로 지난해부터 한미 직항 13개 노선과 370여 개 지방도시 노선을 함께 운영 중이다. 강성부펀드가 지난해 9월부터 한진칼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경영 참여를 노리는 상황에서, 조 회장이 델타항공의 후원을 얻을 경우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을 포함한 한진그룹 일가가 28.94%, 강성부펀드가 15.98%를 갖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조 회장을 도와주면 사실상 지분 40%를 확보해 강성부펀드의 어떤 공격도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립’ 자처하는 델타항공 

이를 반박하는 주장도 있다.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은 조 회장 측 백기사를 자처했다기보단, 협력사에 대한 지분 투자 전략의 연장선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델타항공은 공동노선을 운영하는 협력사의 지분을 여러 차례 사들였다. 2017년 에어프랑스 지분 10%를 샀고, 2015년엔 중국 동방항공(3.5%)과 브라질 저비용항공사 골(9.5%) 지분을 매입하기도 했다.

델타항공 스스로도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한 직후 매입 이유를 묻는 강성부펀드의 서신에 “이번 투자는 한진칼과 어떠한 관련 합의 없이 이뤄졌다. 어느 편에 서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델타항공이 ‘전략적 중립’을 지키면서 한진그룹과 강성부펀드, 어느 쪽과도 대립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델타항공 입장에선 자사 이익 극대화를 위해 캐스팅보터의 위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델타항공은 때에 따라 강성부펀드와 접촉하는 등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강성부펀드가 최근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점을 주시하는 시각도 있다. 강성부펀드의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총 400억원을 대출해준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지난달 200억원(지분 1.78% 담보)의 만기 연장을 거절한 데 이어 오는 22일 만기가 돌아오는 나머지 200억원에 대해서도 상환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강성부펀드 입장에선 당장의 대출금 막기에 급급해 지분을 끌어올리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중립을 자처한 델타항공에게 접촉해 우호적 관계 형성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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