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등이 공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적 이익을 추구할 경우 처벌하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국민권익위원회가 입법예고했다. 이는 2015년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제정 당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부정청탁 금지’ 부분만 살아남고 ‘공직자 이해 충돌’ 부분이 삭제된 것을 별도 법안으로 되살린 것이다. 권익위는 40일간 입법 예고 기간 등을 거쳐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게 된다.
김영란법 통과 이후 정부가 대통령령인 공무원 행동강령을 개정해 행정부 공무원만 이해 충돌 방지 규정을 적용받았으나, 청탁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적용 대상이 국회의원을 포함해 입법ㆍ사법부 등 모든 공무원과 공직유관기관 임직원으로 확대되고 처벌도 강화된다. 직무상 비밀을 이용한 사적 이익을 취득한 경우는 물론, 실제로 이익이 실현되지 않은 경우에도 징역형과 벌금형이 가능해진다.
이 법은 올 초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후 자유한국당 장제원, 송언석 의원 등도 의정활동을 사적 이익에 이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제정 논의가 본격화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의원들의 이해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국회에서 변질돼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우기 힘들다. 김영란법 국회 논의 때에도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부분은 법 규정이 너무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삭제됐다. 뿐만 아니라 청탁금지 부분마저 선출직 공직자나 정당이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는 예외를 인정받게 했고, 국회의원의 각종 민원도 공익적 목적이라 주장하면서 법 적용을 받지 않도록 고쳐졌다.
이번 청탁금지법 제정에 대해 여ㆍ야는 일단 찬성 의사를 밝혔다. 다만 자유한국당이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해 충돌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적용할 수 있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여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해충돌방지 조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들에 가이드라인 제정을 권고할 정도로 국제적으로 적용되는 핵심 공직윤리이다. 당리당략에 빠져 4년을 허송한 20대 국회가 청탁금지법마저 훼손시킨다면 유권자들의 심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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