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알라딘’ 포스터.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술탄(최고 통치자)이 되려는 공주가 나오는 영화 ‘알라딘’, 초우주적 힘을 가진 여성영웅이 등장하는 ‘캡틴마블’ 등 할리우드 영화에 기존 성 역할 고정관념을 뛰어넘은 여성 캐릭터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영화 속에서는 성 역할 고정관념이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회적 성 역할을 배우는 시기인 청소년들이 접할 수 있는 영화에서 여성 주인공의 숫자가 적어 다양한 캐릭터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영화학회의 영화연구 최신호에 실린 ‘청소년 관람 대중영화에 나타난 성 고정관념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13~2017년 5년간 상영된 청소년 관람가능 영화 180편 중 여성이 ‘제1주인공’인 경우는 32편으로 1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1주인공은 영화 속에서 단독 주인공이거나, 복수 주인공이더라도 상대적으로 서사의 중심이 되는 인물을 말한다. 이번 조사는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흥행집계순위 50위 이상 영화 250편 중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및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을 제외한 작품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의 장르도 제한적이었다. 여성 1주인공은 주로 로맨스ㆍ멜로(10편ㆍ31%), 드라마(10편ㆍ31%) 장르 영화에서 등장한 반면 액션(2편ㆍ6%)이나 코미디(2편ㆍ6%)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반면 남성 1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는 드라마가 55편(37%), 액션이 36편(24%)이고 로맨스ㆍ멜로 장르는 9편(6%)에 그쳤다. 논문의 저자인 김선아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부교수는 “여성을 사랑과 결혼을 중심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아직 한국영화에 많이 남아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주인공이 등장하더라도 장르와 상관없이 애정관계 또는 모성ㆍ가족관계에 얽힌 존재로 그려지는 한계도 보인다. 드라마 장르인 2016년 영화 ‘덕혜옹주’에서 비운의 역사적 인물인 주인공 ‘덕혜’가 겪는 시대적 아픔은 남성캐릭터인 ‘김장한’과의 로맨스와 함께 전개된다. 미스터리ㆍ스릴러 장르 영화 ‘장산범’(2017년 작)의 주인공 ‘희연’ 역시 아이를 잃고 실의에 빠진 모성애 강한 여인으로 그려지는 등 가부장제에서의 여성에 대한 성 고정관념이 반복됐다.

한국사회에서도 다양한 여성 서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데다 청소년들의 성평등 의식도 높아진 만큼 한국영화 역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선아 교수는 “마트 비정규직 노동자 이야기를 담은 ‘카트(2014년 작)’처럼 여성주인공이 가진 직업을 통해 사회 현실을 드러내거나 ‘굿바이싱글(2016년 작)처럼 비혼여성의 임신을 긍정적으로 다루는 영화 등 변화도 눈에 띄지만 여전히 여성주인공이 양적으로 부족하다”며 “한국 현실에 맞는 영화 성인지 테스트를 개발해 기획ㆍ시나리오단계부터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관련 영상: “더 다양한 여성 중심 서사의 한국영화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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