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월 수출 감소 6.9%… 미ㆍ중 제외한 8개국 모두 줄어
올해 들어 4월까지 전 세계 10대 수출대국 중 1~2위인 중국과 미국을 제외한 8개국에서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 폭은 10대 수출국 중 가장 컸다.
◇1~4월 한국 수출 감소 1위
21일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세계 10대 수출국 중 상품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국가는 중국과 미국 2개국 뿐이었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1~4월 수출은 7,445억1,1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0.2% 늘었다. 같은 기간 2위 미국의 수출액은 5,436억2,700만 달러로 0.5% 증가했다.
반면 나머지 8개국은 모두 수출이 감소했다. 수출이 가장 많이 줄어든 국가는 세계 7위 수출국인 한국이었다. 이 기간 수출이 1,814억8,500만 달러에 그쳐 6.9% 줄었다. 이어 세계 3위 수출국 독일(-6.4%)이 뒤를 이었다. 최근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 수출규제를 실시한 일본은 1~4월 수출액이 2,338억3,300만 달러로 5.6% 줄어 3번째로 감소율이 컸다. 이탈리아(-5.2%) 홍콩(-3.9%) 영국(-2.4%) 등도 수출이 큰 폭 감소했다.
특히 아시아 국가의 수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수출액 자료가 4월까지 집계된 유럽 국가들을 제외하고 아시아 국가들의 1~5월 상품 수출액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7.4% 감소했고 일본(-6.3%) 홍콩(-4.3%)이 뒤를 이었다. 모두 수출 감소 폭이 1~4월보다 확대된 것으로, 수출 감소세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는 셈이다.
◇日 수출규제로 수출부진 장기화하나
최근 미중 무역분쟁으로 세계교역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은 유독 심각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출 구조가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극단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약 5분의 1(지난해 21%)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은 작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지연, 스마트폰 판매 부진 등의 악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그간 수출 성장세의 대부분을 견인해온 반도체 경기가 고꾸라진데다, 반도체 외 산업들은 노동비용 상승으로 국제 경쟁력을 상실한 것이 수출 감소폭이 유독 큰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일본은 이달 초 반도체용 3대 핵심 소재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실시한 데 이어, 다음달부터 한국을 ‘화이트국가 리스트’(수출 시 허가를 면제해주는 우방국가)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이 경우 총 1,112개 품목이 수출 규제를 적용 받게 된다.
라지브 비스와스 IHS마킷 아시아태평양지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동아시아 국가 수출이 이미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경기 후퇴와 전자업종 신규 주문 감소로 강력한 역풍을 맞은 상태에서 한일간 무역긴장 고조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무역 전망에 하방 위험이 더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 기업들은 일본 부품과 소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대체 공급원을 찾기 위해 글로벌 공급망을 재구성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일본 수출기업들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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