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한일 갈등 상황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관여 요청이 있었다”면서 “한일 양쪽에서 원하면 관여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한 역할에 나서기보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쪽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한일 갈등에 대해 직접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 자체가 그만큼 현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국과 일본을 연쇄 방문한다는 소식도 한일 갈등과 관련한 미국의 역할에 관심을 갖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는 아시아 지역 내 대표적인 동맹인 한일의 갈등을 바라보는 미국의 고민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 비핵화와 중국의 영향력 견제 등을 위해서는 한미일 간 긴밀한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미국의 인식이다. 미국 상원에 이어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지난 1일 한미일 협력 결의안이 통과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본은 한국을 상대로 추가적인 경제보복 조치 단행을 시사하고 있고 한국은 다음달 24일까지 연장 여부가 결정돼야 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재검토하겠다고 강경 모드로 선회했다.
한일 간 군사 기밀을 공유하는 정보보호협정은 체결 때부터 미국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중국을 억제하려면 한국과 일본의 군사정보 공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계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이 협정 체결로 한미일 3국 미사일방어체계에 편입되고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도와준다는 측면에서 국민 정서상 부정적이었다. 2012년 이명박 정부 때 ‘밀실 추진’ 논란으로 부결되고, 이후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군사 작전하듯이 밀어붙인 것도 미국의 의중을 감안한 조치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언급한 것은 미국을 향해 보다 적극적으로 한일 갈등 해결에 나서라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이 협정이 현재 한국이 일본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라는 점에서 일본의 추가 보복에 대한 상응 조치로 충분히 거론될 만하다. 정보보호협정의 상대적 이득이 큰 일본은 물론, 미국으로서도 한국을 막다른 상황으로 몰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히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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