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에서는 ‘큰 것’을 선호한다. 같은 가격이라고 한다면 조금 더 큰 차량을 선호한다.
그렇기 때문에 컴팩트 모델을 국내에 선보이는 건 정말 쉬운 일은 아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쉽게 성공할 수 없는’ 차량이라는 걸 알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니 그 어떤 차량보다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은 존재’ 클리오의 시도는 무척이나 신선하다. 폭스바겐 폴로처럼 ‘독일차’의 유행에 편승하지 않으며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어려운 ‘배경’에 데뷔한 것이다.
슈퍼 미니, 그리고 서브 컴팩트 등으로 불리는 르노 클리오는 참으로 컴팩트한 체격을 갖췄다. 최근 차세대 모델이 공개되었지만 체격 변화는 전혀 없어 ‘클리오’의 체격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클리오는 쉐보레 아베오, 현대 엑센트 해치백 등과 유사한 4,062mm의 전장과 1,732mm의 전폭을 갖췄다. 여기에 1,448mm의 전고와 2,589mm의 휠베이스를 갖춰 경쾌함을 앞세운 드라이빙을 기대하게 만든다.
감각적인 해치백의 도래
클리오의 디자인은 말 그대로 매력적이고 감각적이다. 유럽 시장을 홀렸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차체에는 르노 고유의 감성과 세련된 해치백의 스타일링이 고스란히 자리한다. 특히 차량을 과장되지 않도록, 담담하고 깔끔하게 연출한 부분은 르노와 클리오, 그리고 프렌치 디자인의 고유한 감성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날렵하게 그려진 프론트 그릴과 그 중앙에 자리한 르노의 로장쥬, 그리고 프론트 그릴과 함께 어우러지는 날렵한 실루엣의 헤드라이트는 르노의 패밀리 룩을 명확하게 드러내 시각적인 만족감을 한층 끌어 올린다. 참고로 헤드라이트는 풀 Full LED 퓨어비전 헤드램프와 C자 형태의 LED DRL를 적용해 시각적인 만족감을 대폭 끌어 올린다.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돋보이는 역동성을 품은 측면 디자인을 통해 매력을 과시한다. 특히 낮았다가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라인을 통해 더욱 스포티한 감성을 뽐낸다. 이와 함께 날렵한 루프 라인과 도어에 적용된 디자인 요소를 통해 르노가 추구하는 ‘소형차’의 감성을 드러낸다.
매력적인 전면과 측면에 이어 이이지는 후면 디자인은 클리오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이며 최근 공개된 5세대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는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선명한 그래픽이 적용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특유의 볼륨감을 더해 세련된 감성을 과시한다.
한편 끝으로 클리오의 네 바퀴에는 감각적인 투-톤 디자인이 적용된 17인치 알로이 휠을 적용해 그 매력을 더욱 강조하고 차체에도 붉은색 하이라이트 패널이 자리해 시각적인 만족감을 높인다.
젊은 감성을 과시하는 클리오
작은 크기의 차량은 역시 경쾌하고 젊은 감성을 과시하는 것이 주된 매력이고, 이는 르노 클리오 고유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실내 공간을 둘러보면 소형차로서 충분한 매력을 뽐낸다. 비행기 날개 형대의 센터페시아를 중심으로 구성된 실내 공간을 적용해 르노의 감성을 살렸고, 스티어링 휠은 깔끔히 정리해 소형차에 어울리는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소형 SUV, QM3와 닮은 모습이다.
여기에 시트와 에어밴트 등에 붉은색 하이라이트 컬러를 더해 시각적인 재미 및 매력을 한껏 높이는데 대시보드 부분에 약간의 디테일이 더해지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디스플레이 패널과 컨트롤 패널은 QM3의 것을 떠올리게 된다. 디스플레이 패널는 해상도가 아주 우수산 편은 아니지만 직관적인 터치 인터페이스를 적용했고, 공조 컨트롤 패널의 경우에는 고급감은 다소 부족하지만 빠른 조작이 가능한 수동 방식을 선택해 차량의 성격에 부합되는 모습이다.
전폭도 다소 좁고, 시트 포지션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에서 만족도 높은 구성을 마련했다. 실제 시트의 경우 사이드의 볼륨을 살려 스포티한 주행을 능숙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붉은 가죽과 패브릭 소재를 조합하여 우수한 홀딩력을 자랑하기에 탑승자의 만족감을 상당히 높였다. 이와 함께 도어 패널 안쪽에 자리한 ‘보스’ 엠블럼 역시 만족감에 힘을 더한다. 실제 사운드 품질은 경쟁 소형차 중에서는 상위권에 들 정도라 그 만족감이 상당하다.
2열 공간 역시 다소 협소한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실내 구성에 있어 1열 공간의 비중이 더 높기 때문이다. 실제 성인 네 명이 타고 장거리 주행을 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대신 매력 포인트가 있다면 2열의 시트 역시 1열 시트와 같은 구성을 통해 탑승자의 만족감을 더욱 높였다.
클리오에 마련된 적재 공간은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다. 이는 소형차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단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클리오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고려한다면 크게 부족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게다가 2열 시트의 6:4 분할 폴딩 기능을 갖춰 상황에 따라 적재 공간을 보다 크게 확보할 수 있어 사회 초년생의 첫 차량이나 비혼족이 사용하기엔 충분해 보인다.
dCi 90 디젤 엔진과 EDC의 조합
르노 클리오의 보닛 아래에는 컴팩트한 크기, 그리고 효율과 성능의 조화를 추구한 ‘dCi 1.5L 디젤엔진’이 자리한다.
르노의 컴팩트 차량들은 물론이고, 르노삼성의 차량에서도 몇 번 만날 수 잇었던 이 엔진은 최고 90마력과 22.4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이러한 엔진에 합을 이루는 건 바로 EDC, 즉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다. 주행 성능보다는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변속기이며 전륜을 굴려 주행을 이어간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국내에 판매 중인 르노 클리오는 국내 공인 연비 기준으로는 리터 당 17.7km에 이르며 도심과 고속 연비는 각각 16.8km/L와 18.9km/L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다.
작지만 소소하게, 그리고 즐거운 드라이빙
작은 차량이라고 한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효율성을 떠올리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눈 앞에 클리오를 확인하면 ‘효율’ 보다는 감각적인 존재감이 먼저 느껴지며 ‘패션카’로서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드러낸다. 선명하고 명료한 컬러의 차체를 품은 클리오라면 그것도 매력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어를 열고 작은 차체에 몸을 맡기면 협소하지만 신경을 써서 구성한 실내 공간을 확인할 수 있다. 사이드의 볼륨을 키운 시트에 몸을 맡기고 드라이빙 포지션을 조율했다. 개인적으로는 스티어링 휠의 텔레스코픽 거리가 조금 더 늘어나고, 또 시트가 더 낮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량이 작고 가벼운 편이지만 그렇다고 dCi 90 1.5L 디젤 엔진의 성능이 아주 탁월하다고 말하긴 어려움이 있다. 실제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는다 하더라도 강렬함이 전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디젤 엔진 특유의 넉넉한 토크를 앞세워 주행을 이끄는 편이라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먼저 정숙성 부분에서는 그리 우수한 수준은 아니다. 특히 정속 주행 시에도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제법 큰 편이고 고속도로와 같은 고속 주행 상황에서도 풍절음이 거슬렸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6단 EDC 또한 스포티한 감성을 살리기 보다는 일상을 위한, 그리고 효율성을 고려한 셋업이라는 게 느껴진다. 이러다 보니 클리오의 스포츠 드라이빙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차라리 가솔린 엔진과 수동 변속기의 조합이 아쉽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클리오의 구성이 자아내는 가장 큰 매력은 바로 하체의 전체적인 셋업에 있다. 파워트레인에 비해 차량의 하체가 갖고 있는 견고함과 탄탄함, 그리고 이를 통해 구현되는 경쾌한 움직임의 매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주행을 하면 할 수록 클리오의 하체가 노면과 차체 사이를 확실히 받치며 더욱 탄탄하고 민첩함을 한껏 강조하며 드라이빙의 매력을 한층 강조했다. 덕분에 클리오가 낯선 사람이라도 빠르게 차량에 적응할 수 있고 이어지는 코너를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만든다.
게다가 효율성의 부분에서도 확실한 매력을 어필한다. 실제 국내의 여러 도로, 즉 지방도로나 고속도로, 그리고 도심의 도로 등 그 어떤 무대를 가리지 않고 공인연비를 크게 웃도는 우수한 효율성을 뽐내고 있으니 '보는 즐거움', '다루는 즐거움' 그리고 '효율성의 매력'까지 모두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좋은점: 매력적인 디자인, 그리고 즐거운 드라이빙
아쉬운점: 빈약한 상품성
자동차를 바라보는 또 다른 기준
국내 자동차 시장의 대중들은 ‘집단지성’ 혹은 ‘소비자들은 현명하다’라는 식으로 차량의 우열을 단순히 판매량을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그렇게 본다면 클리오는 한국이 아닌 자동차 선진국이 많은 유럽에서 제대로 인정 받은 차량일 것이다.
실제 ‘유럽을 홀렸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판매량을 자랑하는 차량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논하지 않는, 여러 기준 속에서 자신의 가치가 명확하다는 걸 입증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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