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두 권의 책이 나왔다. 에세이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문예출판사)과 소설 ‘280일’(구픽)

골반 압박과 입덧, 어지럼증과 복통… 태어나서 겪어본 적 없는 통증이 몸 곳곳에서 요란하게 일어난다. 대중교통을 탈 때면 눈치를 봐야 하고, 회사에서는 업무 성과도 못 내면서 자리를 차지하는 골칫덩이 취급을 당한다. 시도 때도 없이 타인의 손이 배로 날아들고, 커피와 술을 비롯해 금지된 것들 투성이다. 그럼에도 임신은 무조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인간은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거쳐 태어난다. 하지만 엄마 뱃속에 열 달간 얌전히 있다가 어느 날 세상에 ‘뿅’ 하고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새 생명을 세상에 태어나게 한다는 숭고함과, 구체적으로 말해지지 않는 고통의 순간 너머에는 280일을 매일매일 견디는 산모들이 있다. 최근 출간된 임신과 관련된 두 권의 책은 임신과 출산의 주체인 여성에 주목한다.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열 받아서 써내려간 임신일기’(문예출판사)는 트위터 계정 ‘임신일기(@pregdiary_ND)에서 연재된 기록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임신을 결심한 순간부터 아이가 태어난 이후까지 주차 별로 임산부가 겪는 고통을 기술한다. 저자 송해나는 ‘사회가 임신과 출산 당사자들이 내는 목소리를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은폐했던 건 아니었을까’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로,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과정에 대해 무지한 사회에 놀라 이를 글로 남기기로 했다. ‘몸’의 고통만이 아니다. 이 땅의 임산부들을 더욱 괴롭게 하는 것은 각종 잣대와 시선이다. 출산장려정책의 허점과 임신중단권에 대한 생각, 자연분만에 대한 압박과 모성신화에 대한 불편함도 책에 담겼다. 출산의 주체는 여성인데도 ‘임산부는 어때야 한다’는 각종 편견과 무지로 가득한 사회에서 ‘임산부로 살아남기’는 곳곳이 난관의 연속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각종 편견과 무지에 시달리는 임산부를 그린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속 일러스트. 문예출판사 제공

전혜진의 장편소설 ‘280일: 누가 임신을 아름답다 했던가’(구픽)는 이 시대에, 이 세상에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를 비슷한 시기에 임신한 4명의 여성을 통해 보여준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9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이다. 프리랜서 작가, 지구대 형사, 회사원, 1인사업가 등 삼십 대 중반에서 사십 대 초반의 여성 넷이 각기 다른 상황에서 임신을 하면서 겪게 되는 상황을 그린다. 저자의 경험과 탄탄한 사전조사를 기반으로 산부인과 의사의 감수를 거쳐 임신과 출산에 관한 생생한 실감을 담은 소설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아이를 낳는 것은 이만큼 고통스러우니, 아이를 낳지 맙시다’라고 주장하는 책들은 아니다. ‘저출생’을 걱정하기 전에, 당사자들의 고통을 제대로 들여다보기부터 하자고 말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임신에 대한 소설인 동시에, 여자가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고 선택할 수 있기를 바라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280일’ 저자의 바람처럼 말이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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