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를 논의할 중재위원회 구성 불응을 이유로 추가 보복을 예고했다. 일본의 공세는 21일 참의원 선거 이후 ‘화이트국가’ 배제로 치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는 이런 때일수록 더 치밀하게 준비하고, 더 차분하고 냉철하게 대응해야 한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은 19일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한 뒤 담화를 발표했다. 양자 협상을 거부한 채 일방적으로 제3국 중재위 구성을 요구해놓고도 우리 정부가 이에 응하지 않은 것을 문제삼았고, 현 사태가 한국 측에 의해 야기됐다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에 대해 “국제법 위반 상태를 방치”한다느니 “2차 대전 이후 국제질서를 뒤엎는 일”이라고 억지성 비난을 계속했다.
고노 외무장관의 발언은 한일관계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이 반인도적 범죄 및 인권침해 사안을 포함하지 않았고, 이에 근거해 개인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문제삼는 건 내정간섭이다. 일본이 90년대까지도 상호 청구권 포기를 명기했던 한국ㆍ중국 및 구 소련과의 관계에서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직간접적으로 인정했음은 외무성 공식문서로도 확인된다. 2000년대 이후 입장 변화는 국내 정치적 요인이 작동한 결과 아닌가.
일본이 국제법 등을 강조한 것은 국제사회를 향한 여론전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3~24일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이번 사태가 다뤄질 예정이고, 내달 초에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다. 일본은 그 사이 한국을 사실상 적성국으로 대우하는 화이트국가 제외 조치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하되 전개 국면을 상황별로 꼼꼼하게 대비해야 한다. 일본과의 협상, WTO와 주요국에 대한 국제 외교전, 소재산업 육성을 비롯한 산업생태계 재구축 등 무엇 하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재검토를 포함한 한미일 3국 안보협력체제를 거듭 부각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국론 결집이 절실한 만큼 특히 청와대 참모들의 절제된 언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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