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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카톡방담] 문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담, 인상적인 장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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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카톡방담] 문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담, 인상적인 장면은

입력
2019.07.20 1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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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만났다. 작년 3월 한자리에 모인 이후 1년 4개월만이다.

문재인 정부와 국회가 앞다퉈 협치를 강조한 것 치고는 너무나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다. 초미의 관심은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교환과 공동 대응책 모색이었다. 국가적 난제에 초당적 해법을 찾는 모습이야말로 정치권이 국민의 실망을 만회할 기회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각 당 대표의 전격 회동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까지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문제와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등으로 으르렁거렸다. 본보 국회팀과 청와대팀이 카톡방에 모여 청와대 회동을 둘러싼 정치권 뒷이야기를 정리해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여야 5당 대표들과 청와대 본관으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여야 5당 대표들과 청와대 본관으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광화문 불나방(불나방)=청와대 회동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초당적 대응이 도출되기까지 문 대통령과 당 대표들간 대화가 무난하게 오고 갔나요. 인상적인 장면은 뭔가요.

국회 둔치주차장 E구역(E구역)=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강화 필요성에 공감의 뜻을 밝히면서도 기어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끌어와서 경제 근간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취지로 문 대통령에 날을 세웠던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황 대표가 회동 후 브리핑에서 자신의 경제정책 대전환 주장에 문 대통령이 큰 틀에서 동의해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부분도 기억에 남아요. 문 대통령이 정말 동의했는지는 의문이지만, 황 대표가 준비해온 작심 발언을 적절하게 소화하면서 부각되긴 했어요.

꺼진 불도 다시 보자(꺼진 불도)=언론에 공개된 황 대표의 모두발언 시간은 8분 35초. 문재인 대통령(3분 51초)보다 두 배가 길었고 참석자 중에서도 가장 길었어요. 정치신인인 만큼 정치 9단인 다른 당 대표들에게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썼던 거 같아요. 황 대표는 회동 전날 측근들과 2시간 30분 동안 대책회의를 갖기도 했지요.

한강공원 피크닉(피크닉)=경제보복에 대한 초당적 대응을 한다는 합의는 이미 사전에 조율한 내용이라 큰 성과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야당 입장에선 외교안보라인 사퇴와 경제정책 대전환 요구에 따른 답변을 얻었어야 성과로 볼 수 있었겠죠. 그런 면에서 각종 쟁점에 대해서 평행선만 걷다 돌아온 ‘빈손회담’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저작권 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ㆍ여야 5당대표 회동 공동발표문 - 송정근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ㆍ여야 5당대표 회동 공동발표문 - 송정근 기자

정론관 마이크(마이크)=재미있던 장면은 회동 시작 전 5당 대표들의 사전 환담회 자리였는데요. 황교안 대표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생일이 다가온다고 분위기를 띄웠고, 정동영 대표는 “정전협정일에 전쟁 끝났다는 얘기 듣고 나왔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황교안 대표가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게 “세 번째 당 대표를 축하 드린다”고 말하자, 심상정 대표가 “두 번째”라고 답했고, 정동영 대표가 “세 번째”냐고 다시 물으면서 서로 웃었다고 하네요.

불나방=문 대통령과 5당 대표가 합의문 채택에 실패한 이유가 뭔가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당나귀)=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문제에 발목이 잡힌 측면이 있습니다. 청와대와 여당은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더해져 상황이라 추경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한국당이 끝까지 반대했다고 합니다. 문 대통령이 추경안 처리를 10번이나 얘기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회동 성과를 물었더니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소개하기도 했죠.

꺼진 불도=정동영 대표의 말을 빌리면 “문 대통령께서는 합의문을 원했는데 황교안 대표가 합의가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고 해요. 황 대표 입장에선 그간 강하게 요구해온 외교안보라인 교체나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경제정책 대전환에 대해 속 시원한 답을 못 들었으니 합의문 형식으로 가는 것이 못마땅했을 거예요.

E구역=자유한국당으로선 더불어민주당이 ‘기승전-추경’을 외치면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 개최 등 자신들의 요구는 하나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에 정치적 약속인 합의문까지 협조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죠. 정부ㆍ여당이 일본의 경제보복에 한국당이 협력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안일한 판단을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윤석열 검찰총장을 회동 전날에 임명하는 등 야당 자존심을 배려하지 않았던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수 있겠죠.

[저작권 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ㆍ여야 5당대표 회동 공동발표문 - 송정근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ㆍ여야 5당대표 회동 공동발표문 - 송정근 기자

불나방=문 대통령과 황교안 대표간 90초 동안의 1대1 회동은 어떻게 됐나요

올해는 뚜벅이(뚜벅이)=짧다면 짧지만 90초 동안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청와대와 한국당은 대화 내용을 자세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두 사람만이 간직하고 싶은 그런 얘기겠죠. 문 대통령은 추경안에 대해 아쉬움이 컸던 만큼, 그런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E구역=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지만, 그렇게 짧은 시간 만나 유의미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보긴 어려울 거 같아요. 황 대표도 회동 뒤 “그냥 잠깐 대화 나눈 정도로 이해해달라”고 했고, 청와대도 별 다른 언급을 안 했어요. 나중에 두 사람의 회고록에서 일화 한 토막으로 등장하지 않을까요.

불나방=이번 회동의 최대 승자는 누군가요.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봤을 때 패자는 누군가요.

마이크=최대 승자는 황교안 대표인 듯합니다. 청와대 회동 자체가 제1야당 대표에게 유리한 만남이란 특성도 있지만, 황 대표가 오랜 만에 제1야당 대표로서 조명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로부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재검토 발언을 이끌어냈다는 측면에서 심상정 대표에게도 나쁘지 않은 회동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오후 청와대 본관 복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오후 청와대 본관 복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뚜벅이=이해관계에 있어서 손해를 본 건 청와대입니다. 추경안 처리에 대해 야당으로부터 동의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죠. 돌이켜보면 이런 영수회담 성격의 회동이 그랬던 거 같아요. 청와대는 긍정적 부분을 부각하지만, 각 당 브리핑을 들어보면 상이한 이야기들이 쏟아지니까요.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도 회동 다음날인 19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10번 언급한 추경 처리 불발의 아쉬움이 어찌 이리 크게 다가올까”라고 적었습니다.

불나방=1년 4개월 전 청와대 회동과 이번 만남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과거 영수회담 또는 대통령과 정당 대표간 다자 회담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당나귀=갈수록 정치 지도자간의 담판이나 합의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것 같아 아쉽습니다. 꽉 막힌 정국도 영수 회담을 통해 돌파해 낸 전례가 적지 않은 데 말입니다. ‘통근 결단’ ‘대승적 합의’와 같은 평가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단독이든 다자회동이든 대통령과 당 대표간의 만남 필요성에 대한 의문은 점점 더 커질 것 같습니다.

불나방=패스트트랙 대치와 관련해 고소ㆍ고발된 국회의원들의 경찰 수사도 정치권의 주요 갈등사안인데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요.

피크닉=한국당은 이번 주부터 원내대표실과 법조인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공동대응에 나섰습니다. 일단은 무대응 원칙을 고수하기로 했는데요. 소환조사는 물론, 서면조사에도 일체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한국당 의원들은 대부분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수사가 개시되면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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