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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관표 대사 말 끊고 “한국 무례하다” 언성 높인 노타이 차림 고노의 무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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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관표 대사 말 끊고 “한국 무례하다” 언성 높인 노타이 차림 고노의 무례

입력
2019.07.19 17:27
수정
2019.07.19 21: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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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왼쪽) 일본 외무장관이 19일 외무성으로 남관표(오른쪽)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고노 다로(왼쪽) 일본 외무장관이 19일 외무성으로 남관표(오른쪽)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격화하는 한일갈등 속에 한국을 대하는 일본 정부의 외교적 무례(無禮)가 선을 넘어섰다. 19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이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한 자리에서 두 사람 간 설전이 오간 것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상대국 인사를 불러 항의하는 자리였지만, 공개 석상에서 상대의 말을 끊고 “무례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공격적 도발이나 다름없으며 외교의 상식을 깨는 행동이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지난 12일 도쿄(東京) 경제산업성 별관으로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인사들을 불러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보였던 홀대에 이어 또다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사에게까지 부적절한 언동을 보인 것이다. 진심으로 손님에게 정성을 다하는 일본의 ‘오모테나시’ 문화는 사실상 한일간 외교 현장에서 사라진 셈이다.

고노 장관은 오전 10시10분쯤 도쿄 외무성으로 초치한 남 대사에게 전날 밤 12시까지 한국이 제3국에 의한 중재위원회 설치에 응하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매우 유감”이라고 말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는 “(한국 측이) 국제법 위반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문제”라고 시정을 요구했다. 초치 후 이뤄지는 만남에 앞서 보통 양측이 한 차례씩 모두 발언을 언론에 공개하고 비공식 대화에 들어가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고노 장관은 남 대사의 말을 가로막았다. 이례적으로 길었던 고노 장관의 모두 발언에 이어 남 대사가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로 양국 국민과 기업이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수출 규제를 지적한 후 중재위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구상(1+1)을 제시한 바 있고 이를 토대로 해결책 마련을 위해 양측이 지혜를 모아나가길 바란다”고 말한 순간이었다.

고노 장관은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말을 자르면서 “한국 측 제안은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이미 전달했다”며 “그걸 모르는 척하면서 다시 제안하는 것은 매우 무례하다”고 주장했다. 정장에 타이를 맨 남 대사와 달리 노타이와 상하의 색이 다른 비즈니스 캐주얼복 차림의 고노 장관은 발끈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서까지 남 대사의 말을 잘랐다. 정중한 분위기에서 이뤄져야 할 양국 대표의 자리에 ‘무례’라는 적절치 못한 단어까지 등장하면서 공기는 급속히 차가워졌다.

일본 언론들마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를 ‘보복 조치’로 규정하는 상황에서 억지 주장으로 남 대사에게 면박을 준 것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자 외무성 관계자들은 취재진을 서둘러 퇴장시켰다. 마이니치(每日) 신문에 따르면 고노 장관의 무례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신문은 “고노 장관이 남 대사를 불러놓고 접견실에 나타나지 않아 남 대사를 3분 이상 서서 기다리게 했다”라며 “장관은 남 대사가 자리에 앉고 2분 뒤에야 모습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는 이에 대해 “처음부터 한국에 대해 무언의 시위를 연출했다”라며 “일부러 외교적 의례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항의했다”고 해석했다.

일본 측의 외교 결례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12일 경제산업성에서 열린 한일 실무회의 당시 의자와 테이블을 쌓아둔 공간을 회의장소로 사용했다. 경제산업성 관계자들은 우리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이 입장하는데도 목례나 악수도 하지 않으면서 맞이해 의도적인 홀대 논란이 일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장관도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 보복에 대한 일본 정부의 말 바꾸기를 지적하고 국제기구에 북한 밀반출 의혹을 검증하자고 했던 제안에 “문 대통령의 지적은 타당하지 않으며, 국제기구 조사에 맡길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해 결례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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