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검 순천지청은 19일 여수국가산단에서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조작한 혐의(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로 대기업 5곳의 전ㆍ현직 임직원 30명과 측정대행업체 2곳의 임직원 5명 등 총 35명을 적발해 이중 4명을 구속기소하고 31명은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실제 배출량보다 낮게 나온 것처럼 수치를 조작한 혐의로 대기업 공장장 A(53)씨와 임원 B(56)씨를 구속했으며, 기업 요구를 받고 측정치를 조작해준 측정대행업체 대표 C(64)씨와 이사 D(49)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은 측정대행업체에 측정을 의뢰하면서 배출 허용기준을 낮게 나온 것처럼 조작했다. 해당 사업장들은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면 개선명령과 조업 정지, 배출시설 허가 취소 등 행정 처분을 받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기 위해 수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출허용기준 30% 이내로 기준치보다 낮게 나오면 측정 주기를 줄일 수 있어 기준치 이하로 나와도 측정값을 조작했다. 5개 업체가 기준치를 초과한 수치를 조작한 건수는 637건이었고, 이 가운데 염화비닐과 염화수소, 벤젠, 시안화수소 등 특정 대기오염물질을 조작한 건수는 452건에 달했다. 기준치 이내로 나온 측정값을 조작한 건수도 1,006건으로 집계됐다.
조사 결과 업체들은 공장장이 환경부서에 측정값 조작을 지시하거나 관행에 따라 실무자들이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수치를 조작했다. 측정값을 조작한 데는 갑과 을의 관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업체는 측정값이 기준치보다 높게 나오면 이를 은폐하기 위해 측정대행업체에 조작을 요구했고 대행업체도 알아서 조작한 것으로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환경부로부터 6개 대기업 등 12개 업체를 송치 받아 수사를 벌였다. 이 가운데 1개 대기업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5개 대기업에 대해서만 기소했다. 검찰은 대기업 1곳과 업체 6곳 등 7개 업체를 추가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자체는 배출업체를 관리·감독할 때 배출업체가 제출한 자가 측정 자료를 점검 자료나 기본부과금 부과 등 행정자료로 활용하고 있어 자료를 조작하면 위반 사항을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며 “자가 측정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범행에 대비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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