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혜씨, 체험수기 최우수상
“춘혜야~ 나 좋은 데 보내 줘서 고마워.”
지난 4월 어느 날 아침. 이춘혜(62)씨는 버스를 기다리던 아버지가 불쑥 건넨 감사인사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알코올성 치매 판정을 받은 아버지를 주야간보호센터에 매일 보내드린 지 1년 넘게 지나면서 아버지 건강이 몰라보게 호전됐기 때문이다. 치매노인을 위한 주야간보호센터는 일종의 ‘어르신 유치원’으로 아버지는 매일 아침 8시에 등원해 오후 4시까지 보호센터에서 하루를 보낸다. 아침마다 어린아이처럼 요양보호사가 탑승한 통원버스를 기다리는 아버지를 보면서 이씨는 마음이 놓인다. 혹시 거리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요양보호사가 매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보내 주는 알림장과 사진을 통해 아버지가 친구들과 어울리고, 열심히 공부하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가족들이 미처 모르던 아버지의 모습을 볼 때면 이씨는 솟구치는 감정에 눈물이 난다.
이씨는 동생 부부와 함께 지내던 아버지를 지난해 4월 자신의 집으로 모셔왔다. 동생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탓에 아버지가 집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고, 친구들과 술을 드시는 날이 잦아지면서 결국 알코올성 치매판정을 받았다. 이씨가 집으로 모시겠다고 나섰지만 안절부절못하는 아버지를 돌보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암울한 상황에서 아버지에게 삶의 활력을 돌려준 계기가 바로 장기요양보험이 제공하는 주야간보호센터 이용 서비스였다. 실버댄스부터 실내골프 등 다양한 인지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가을운동회, 학예발표회까지 열렸다. 이씨는 “많은 분이 (치매) 부모님을 모시는 것 때문에 고민이 많은데 이런 제도가 있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19일 강원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제11회 노인장기요양보험 체험수기 및 사진 공모전 시상식’에서 수기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선 요양원 부원장으로 근무하는 박영숙(72)씨가 사진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수상작 ‘공기놀이’는 박씨가 운영하는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와 치매 어르신들이 인지활동 프로그램으로 공기놀이 하는 장면을 담았다.
올해로 시행 11주년을 맞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고령과 질병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을 지원하는 제도다. 건강보험공단과 한국일보는 노인 당사자의 삶의 질 향상과 돌봄에 대한 가족 부담을 덜어 주는 제도 취지를 알리기 위해 11회째 수기와 사진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체험수기 14명, 사진 16명 등 총 30명이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을 수상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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