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지속되면서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면에 적당한 실내온도는 18~20도 정도이다. 우리 몸은 잠들기 시작하면 몸 안의 열을 체외로 발산해 체온이 0.5~1도 정도 서서히 떨어지면서 잠을 자는데 밤 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가 발생하면 몸 안의 열을 발산해도 체온이 떨어지지 않아 잠자기가 힘들어 진다. 이렇게 열대야가 지속되면 술기운을 빌려 잠을 청하려는 이들이 많아진다. 술을 마시면 졸음이 오고 빨리 잠들 수 있어 평소보다 잘 잤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하지만 이는 큰 착각이다. 알코올의 수면효과는 일시적이라 오히려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전용준 다사랑중앙병원 원장은 “폭염으로 인해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잠들기 위해 음주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며 “알코올은 겉으로는 잠을 들게 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뇌를 자극하고 각성시켜 얕은 잠에 머무르게 한다”고 말했다.
사람은 잠자는 동안 렘(REM)수면과 비(非)렘(NREM)수면 상태를 오가게 되는데 렘수면은 몸은 잠들어 있지만 뇌는 깨어 있는 얕은 수면 상태를 말한다. 꿈도 이때 주로 꾼다. 비렘수면은 렘수면보다 깊은 잠으로 이때는 뇌도 휴식을 취한다. 전 원장은 “취침 전 술을 마시면 처음에는 잠에 들게 도와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혈중 알코올 농도가 떨어져 오히려 교감신경이 항진돼 각성이 생겨 잠을 자다 깨게 된다”며 “결국 뇌를 쉬게 하는 깊은 잠인 비렘수면을 방해해 숙면에 이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술을 마시고 잠에 들면 자는 동안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이뇨 작용이 발생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 결국 잠에서 깨게 된다. 소변으로 체내의 수분과 전해질이 빠져나가면 우리 몸은 갈증이나 탈수를 느껴 잠에서 깨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술로 잠을 청하다 보면 음주가 습관이 돼 알코올에 내성이 생겨 더 많은 양의 술을 마실 수밖에 없어 잠을 자기 전 술을 마시는 행위를 삼가야 한다. 이로운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 바로 취침 전 음주다.
전 원장은 “잠들기 전 갈증 해결을 위해 마시는 맥주 한두 잔 역시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여름철 숙면을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음주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내 온도를 26도 정도로 유지하고 잠들기 한 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것이 여름철 꿀잠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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