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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에너지전환이 전 세계적인 추세가 되면서 유조선과 벌크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거나 운반하는 선박이 직격탄을 받게 될 거란 전망이 나왔다.

영국의 해운시황분석 전문기관인 MSI는 19일 ‘탄소 운반선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각 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화석연료 사용이 줄어 해운ㆍ조선업 투자가 ‘좌초자산’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좌초자산은 시장 환경 변화로 자산 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을 일컫는다. 석탄사용 감축으로 석탄발전소 등에 대한 투자가 좌초자산이 될 거란 경고는 이미 여러 차례 나왔지만 에너지전환 정책이 해운ㆍ조선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려는 ‘파리기후협약’이 이행된다는 가정 하에 화석연료와 관련한 대표 선박들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건조되는 유조선이 10~15년 운행되면 유조선 이용률이 현저히 감소해 선박 가치가 고철 가격 정도로 하락하고 △전 세계 드라이 벌크선의 가치는 현재 1,950억 달러(2018년 기준)에서 2030년엔 900억 달러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드라이 벌크선은 석탄과 철광석, 곡물 등을 실어 나르는 선박이다. 유조선도 마찬가지여서, 유조선과 드라이 벌크선에 투자한 이들의 수입은 악화되고 대출기관도 재무 위험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는 예측했다. 현재 화석연료는 전 세계 해상 운송에서 쓰이는 연료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에너지 및 환경 싱크탱크인 록키마운틴연구소의 제임스 미첼 선임 연구원은 “수백억 달러가 좌초자산이 될 위험성이 큰 만큼 투자자들은 선주사들과 진지하게 논의해 파리기후협약의 여러 시나리오에 따른 위험 분석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한국은 세계 최대 유조선 건조국이다. 2017년에만 전 세계에서 건조된 유조선의 총톤수(1,970만톤)의 절반 이상(1,080만톤)을 만들었다. 또 한국은 1,626척의 선박을 갖고 있다. 전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규모다. 전 세계 26개국에 걸쳐 활동하는 기후변화분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네트워크인 ‘글로벌 전략 커뮤니케이션협의회(GSCC)’ 소속 김태종 한국팀장은 “국내 업계에서도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이 어떤 영향을 가져올 지를 면밀히 검토해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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