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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60일, 지정생존자’가 대한민국에 스며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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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60일, 지정생존자’가 대한민국에 스며드는 법

입력
2019.07.1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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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60일, 지정생존자’가 국내 리메이크 드라마의 좋은 예를 제시하고 있다. tvN 제공
tvN ‘60일, 지정생존자’가 국내 리메이크 드라마의 좋은 예를 제시하고 있다. tvN 제공

tvN ‘60일, 지정생존자’가 리메이크의 올바른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드라마 ‘지정생존자’(Designated Survivor)를 리메이크한 이 드라마는 완벽한 로컬라이징이 돋보인다. 기존 리메이크 드라마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작금의 국내 정세와 맞닿은 현실적인 디테일들이 더해졌다. 원작과의 비교는 리메이크작의 숙명이라지만, 그 굴레를 벗어난 듯싶다.

옛말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60일, 지정생존자’는 지난 1일 첫 방송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국회의사당 폭파 이후 60일간의 권한대행 자리에 오른 박무진(지진희)이 겪는 첫 에피소드에서는 테러의 주체로 가장 먼저 지목되는 북한부터 ‘자위권’을 주장하는 일본과 데프콘 2호 발령을 압박하는 한미연합사령관까지, 이야기와 등장인물 모두 실제를 방불케 했다. 군대 수뇌부가 쿠테타를 통한 정권 탈취를 모의하는 상황 역시 과거 뼈아픈 역사를 상기시키며 몰입감을 제공했다.

오는 22일 방송될 7회는 과거 탄핵 정국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로 채워진다. 극중 박무진이 탄핵 위기로 내몰린다.

이처럼 원작의 상당 부분이 그대로 차용됐지만, 국내외 정세를 완벽하게 반영한 디테일 덕분에 어색함은 없었다. 이를테면 원작의 주무대인 미국과 달리,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 수뇌부가 한날 한시에 사고를 당했을 경우 60일 간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자리를 대신한다는 헌법에 따라 제목부터 ‘60일, 지정생존자’로 바꿨던 제작진의 세심함이 작품 속에서도 빛난다.

원작에서 테러의 주체로 의심받아 불합당한 폭행 및 억압을 당했던 이슬람 시민들은 북한 새터민으로, 대통령이 된 주인공에게 불복했던 미시건 주지사는 권한대행이 된 박무진에게 불복하는 서울시장으로 각각 달라졌다.

한국화된 디테일들이 몰입도를 높였다면, 원작에 없는 인물인 한주승(허준호)으로 대표되는 차별점들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한주승은 권력욕도, 리더십도 없던 수동적 성격의 박무진을 권한대행으로 성장시키는 데 일조하는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로 활약하며 원작과는 다른 지점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박무진을 권한대행에서 끌어내리고 대통령 자리를 꿰차려는 야당 대표 윤찬경(배종옥) 역시 원작보다 강한 권력욕을 가진 인물로 그려지며 극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원작에선 상대적으로 극 초반 선악의 경계를 드러내지 않던 오영석(이준혁) 역시 한국판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의뭉스러운 속내를 드러내며 시청자들을 테러의 진실로 빠르게 인도하고 있다.

원작인 ‘지정생존자’는 현재 시즌3까지 방송됐다. 하지만 첫 방송에 앞서 열렸던 제작발표회 당시 유종선 감독은 ‘60일, 지정생존자’의 시즌제 가능성에 대해 “그런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미국처럼 몇 달 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짧은 시간 안에 떠밀린 지도자가 진짜 지도자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겠다”는 것이 유 감독이 밝힌 연출 포인트였다.

실제로 총 16부작으로 기획된 만큼 한국판은 원작 속 중심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다양한 사건보다는 인물들 간의 관계를 통한 국회 테러의 진실 추적에 초점을 맞춘 이유 역시 단일 시즌 내에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원작에 비해 스토리 전개가 느리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는 한국판의 ‘단점’이 아닌 원작과의 ‘차이점’으로 보는 것이 더욱 적합할 듯싶다.

‘리메이크’라는 타이틀이 무의미할 만큼 완벽한 국내화에 성공한 ‘60일, 지정생존자’는 이제 한국판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갖춘 결말이라는 숙제를 향해 달려나갈 예정이다. 남은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구미를 자극한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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