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ㆍ5당 대표 靑 회동… 4개항으로 된 공동발표문 채택
“日 추가 배제 조치 땐 안보 위협… 외교적 해결 나설 것 촉구”
“수출규제에 맞서 초당적 대응” 비상협력기구 설치ㆍ운영 합의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은 18일 일본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우호국가) 배제를 추진하는 데 대해 “한일관계 및 동북아 안보 협력을 위협하는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초당적 협력을 다짐했다. 특히 청와대는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현실화 할 경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재검토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청와대는 “원론적 발언”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대일 강경 기조를 꺾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이날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회동을 한 뒤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에 맞서 범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위한 비상협력기구 설치ㆍ운영에 합의하는 등 4개 항으로 이뤄진 공동발표문을 내놨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ㆍ자유한국당 황교안ㆍ바른미래당 손학규ㆍ민주평화당 정동영ㆍ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예정된 2시간을 훌쩍 넘겨 180분간 머리를 맞댄 결과다. 다만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외교라인 교체 여부 등을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합의문을 채택하진 못했다.
공동발표문에는 특히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일본의) 추가적 조치는 한일관계 및 동북아 안보 협력을 위협한다는 것임을 분명히 인식하여 외교적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동영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파기될 수 있다는 경고”라며 “(협정 파기 가능성을) 일본에 분명히 경고했고, 미국에 대해서도 팔짱 끼고 볼 일이 아니다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과 관련해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지금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문자 메시지를 통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과 관련한 정의용 실장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유지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이 밖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자유무역질서에 위배되는 부당한 경제보복이며, 한일 양국에 우호적, 상호 호혜적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경제보복 조치를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또 국가 경제의 펀더멘털 및 소재ㆍ부품ㆍ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키로 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비상협력기구를 꾸리기로 했다. 아울러 여야 대표는 정부에 “다양한 차원의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촉구했고, 문 대통령은 이에 공감을 표하며 실질적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걱정되는 시기에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국민들께서) 희망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우리 주력 제조산업의 핵심 소재ㆍ부품들의 지나친 일본 의존을 어떻게 줄여나갈지 지혜를 모아나가자”며 이번 사태의 대응 기조가 ‘탈 일본’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또 “지금 경제가 엄중한데 가장 시급한 것은 역시 추경을 최대한 빠르고 원만하게 처리하는 것”이라며 “추경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협력해 주시고 나아가 소재ㆍ부품 문제에 대한 대책과 관련한 예산도 충분하게 반영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회동은 여야가 회동 의제를 별도로 제한하지 않기로 하면서 국정 전반에 대한 의견 교환도 이뤄졌다. 한국당은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기조를 거듭 비판하며 경제정책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바른미래당은 개헌을 위한 범국가적 개헌특별위원회 구성과 함께 영수회담 정례화 등을 제안했다. 평화당도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했다. 정의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포함한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정부의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정책 후퇴를 크게 우려하는 등 노동문제와 관련한 대책마련을 요청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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