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16일 시행에 들어갔지만 괴롭힘에 대한 기준이 주관적이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2월과 5월 등 3차례에 걸쳐 직장 내 괴롭힘 안내자료를 펴냈지만 일선 기업 등에서는 여전히 기준과 내용이 모호해 문의와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에서 지위ㆍ관계의 우위를 이용,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했다. 고용노동부는 괴롭힘 판단ㆍ예방ㆍ대응 매뉴얼에서 구체 사례를 예시하고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허드렛일만 시키고 일을 거의 주지 않는 행위 등이 제시됐다. 또 특정학교 출신이 많은 회사에서 다른 학교 나왔다고 따돌리거나, 대졸 출신이 다수인 회사에서 유일한 고졸 사원에게만 말을 걸지 않는 행위 등도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실제 직장 생활에서 이같은 행태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직장 내 괴롭힘 소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아예 소통을 꺼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특히 업무능력과 관련된 판단에서는 그 구분이 더 쉽지 않다. 민주노총은 “성과 목표나 성과 미달 시의 불이익을 경쟁적이고 지속적으로 압박하면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주장했으나 고용부는 “성과를 내라고 독려하는 것 자체는 괴롭힘이 아니다”고 한 것이 사례가 될 수 있다. 열심히 일하도록 독려하고 엄하게 업무를 가르친 상사를 부하 직원이 이 법률을 이용해 괴롭힐 수 있는 여지도 없지 않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일터 동료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다만 이 법이 악용돼 특정인을 괴롭히거나 직원들 간의 소통 단절로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직장 내에서 근로자를 대하는 인식과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위계질서로 경직된 조직문화의 개선이 시급하다. 초기 혼선 방지를 위해 사안별로 구체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괴롭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표준 대응 매뉴얼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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