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인공지능(AI) 연구를 통해 이뤄내고자 하는 것은 ‘개선’이 아닌 ‘혁신’입니다. 단순히 현재에 비해 2, 3배 나아지는 수준을 넘어 10배, 20배 이상 성능을 높이는 게 바로 혁신이죠. AI 기술은 앞으로 엔씨소프트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될 겁니다.”
엔씨소프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I 미디어 데이’를 열고 자사 AI 기술 연구 현황을 공개했다. 2011년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제안으로 출범한 ‘태스크포스(TF)’는 시작 당시 1명에 불과했으나, 8년이 지난 지금은 AI 전문 연구인력만 150여명에 달하는 거대한 조직으로 성장했다. 이재준 AI센터장과 장정선 NLP센터장은 AI 분야를 △게임 △스피치 △비전 △언어 △지식으로 나눠 연구개발(R&D)을 이끌고 있다.
게임을 만드는 회사이지만, AI 연구 영역은 게임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 센터장은 “우리는 특정 성능을 높이기 위한 기술이 아닌, 기반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특정 문제를 풀기 위한 연구는 한 군데밖에 적용이 안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풀기 위한 기반 기술 연구는 어떤 곳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언어 AI 기반 기술은 게임 속 캐릭터와의 자연스러운 대화뿐 아니라 좋아하는 프로야구 팀의 경기 결과를 매일 친구처럼 알려주는 앱 개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실제 엔씨소프트의 AI 기술은 꽤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장 센터장은 “최고 수준 학회의 경우 국내 논문이 고작 한 두 편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대부분 분야에서 엔씨소프트가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며 “올해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GDC에서는 우리가 두 개의 세션을 맡아 발표했는데, 게임 AI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수준임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AI센터 및 NLP센터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각별히 챙기고 있다. 최근 방한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김 대표와 만나 “AI가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윤송이 사장도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AI 센터에 다양한 조언을 하고 있다.
현재 엔씨소프트가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는 스마트폰에 손을 대지 않고도 게임을 조작할 수 있는 ‘보이스 커맨드’ 기능과 야구 하이라이트만 모아 AI가 중계해주는 ‘페이지 2.0’ 앱 등이다. 특히 보이스 커맨드 기능은 올해 내로 이동, 아이템 구매, 채팅 등 간단한 기능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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