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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ㆍ중앙 악의적 제목 왜곡” VS “청와대의 지나친 언론 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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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ㆍ중앙 악의적 제목 왜곡” VS “청와대의 지나친 언론 간섭”

입력
2019.07.19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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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자가 본 ‘청와대ㆍ언론 논쟁’]

“靑, 비판 감수해야 할 권력기관… 트럼프의 가짜뉴스 조롱과 유사”

“정당하게 사실관계 바로잡은 것… 광고 중단 등 부당한 압력 없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류효진 기자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류효진 기자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특정 언론사의 이름을 거론하며 잇달아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일본어판 기사와 칼럼 제목을 지나치게 일본 독자의 시선에 맞췄다는 것이다. “일본 내 혐한(한국 혐오) 감정 부추기는 매국적 제목”(16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페이스북)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에 이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국민 목소리가 아니다”라고 공개 지적에 나섰다.

청와대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4일 ‘일본의 한국 투자 1년 새 마이너스 40%, 요즘 한국기업과 접촉도 꺼려’라는 제목을 일본어판에 실으며 ‘한국은 무슨 낯짝으로 일본에 투자를 기대하나’로 바꿨다. 지난 15일 ‘국채보상ㆍ동학운동 1세기 전으로 돌아간 듯한 청와대’ 기사는 ‘해결책 제시 않고 국민 반일감정에 불 붙인 청와대’로 번역했다. 중앙일보는 ‘닥치고 반일이라는 우민화 정책’이라는 일본어 칼럼을 게재했다.

청와대의 기사 제목 비판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공개적 채널을 통한 정당한 비판이었다는 주장과 권력기관의 지나친 간섭이라는 시각이 부딪힌다. 청와대가 편집권 침해로 여겨질 만한 행동은 가급적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언론학자들이 바라보는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언론학자 중엔 언론사와의 정부의 건전한 긴장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이들이 있다. 이재경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ㆍ미디어학부 교수는 “민주 사회의 기본은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이고, 청와대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권력기관”이라며 “(청와대의 공격적 대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비판하는 기사를 가짜뉴스라고 지칭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권력기관의 과도한 대응이 자칫 정치적 진영 논리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권력기관으로서 편집권을 침해하는 옹졸한 처사라는 강한 비판도 나온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광고학부 교수는 “권력은 사회적 갈등이 발생했을 때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며 “외교 문제 해결에 힘을 쏟아야 할 때 굳이 편집권 침해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하며 내부 갈등을 증폭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갈등을 해결하는 식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갈등을 더 키우면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식이라 문제”라고 덧붙였다.

신중한 시선도 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언론과 정부가 공개적인 의견 표명을 통해 공방이 오갈 수 있다”며 “제대로 된 민주주의 사회이면 언론이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정부는 틀린 사실관계를 바로 잡고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청와대의 강력한 대응이) 정부 광고가 중단되는 식의 실질적 압박으로 이어지는 등 부당한 압력행사로 간주될 방법이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대학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정부의 대응이 적절한 방법은 아니”라면서도 “국민의 생각을 악의적으로 변조한 것에 대해 국가가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언론도 비판에 열려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는 18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청와대 대응의 적절성을 떠나 두 언론이 악의적인 제목 변경으로 국익을 해쳤다는 것이다.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청와대 대변인이 언론 보도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언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조심스러워야 한다’면서도 “바뀐 제목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누가 봐도 문제가 크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일 갈등을 부추기고 국민을 폄훼하는 제목으로 바꿔치기하는 짓을 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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