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수지 폐지로 매출 반토막에 사단 해체설
최대 70% 의존 양구ㆍ화천상권 붕괴 위기
“60년간 각종 규제 감내했는데” 또 날벼락
강원 양구군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구모(59)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군 장병 위수지가 폐지된 이후 주 고객이던 군인 손님이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탓이다. 그는 “지난 주말 외출, 외박을 나온 장병들이 가깝게는 춘천, 심지어 서울로 발길을 돌리는 바람에 읍내 대부분 상가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한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양구에 주둔하는 사단이 해체되거나 이전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십년간 군 부대에 의지해왔던 업주들 입장에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상권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 위수지 폐지에 이어 육군 27사단(이기자부대) 마저 해체되면 편의점과 PC방, 음식점, 햄버거, 피자 등 프랜차이즈 매장이 문을 닫을 처지에 내몰리기 때문이다.
사창리는 1,600여명 가운데 상당수가 군 관련 소비에 의존해 먹고 사는 대표적인 군인 마을이다. 사창리 터미널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30대 업주는 “주민들보다 군인이 더 많은 상황이라 부대 해체나 이전 통보는 폐업신고나 다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국방개혁 2.0’ 정책에 따라 주둔 부대 이전 및 통합이 가시화되면서 강원 접경지역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말 원주 제1야전군사령부가 지상군사령부에 통합돼 용인으로 이전한 데 이어, 육군 27사단과 양구 2사단(노도부대), 철원 6사단(청성부대)가 통폐합 대상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 지역의 군 부대 의존도가 여전히 커 이전을 서두르면 지역경제 붕괴 위기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양구와 화천의 상권 의존도는 70% 수준에 달해 ‘군인 상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업주들은 바가지 요금 근절 등 서비스 개선에 나선 터라 부대 해체설이 더욱 야속하기만 하다.
강원도와 화천군에 따르면 27사단이 2022년까지 해체되면 장교와 부사관을 포함해 4,000여명이 지역을 떠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로 인해 사단 병력이 주둔하는 사창리 상권은 사라지고, 인구 2만명이 붕괴될 위기를 맞게 될 위기다.
이미 2사단 일부 예하 부대가 해체 수순에 들어간 양구군도 식료품을 포함한 군 부대 납품계약 물량이 줄고 문을 닫는 가게가 나오는 등 벌써부터 통폐합을 실감하고 있다.
강원연구원은 철원에 주둔하는 6사단이 경기 포천시로 이동하면 916억원 가량의 지역 내 소비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역 내 총생산(GRDP)의 6% 수준으로 지역경제에 치명타나 다름없다. “사단해체에 따른 인구 및 지방세 감소와 지방재정조정지원액 등까지 감안하면 손실규모는 1,600억원대까지 늘어난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더구나 군 부대가 없어지거나 축소되면 강원도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문화관광 인프라 구축 등 ‘접경지역(평화지역) 활성화 대책’도 사실상 용도폐기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다.
급기야 접경지역 주민들이 18일 정부를 향해 격앙된 목소리를 쏟아냈다.
양구 2사단 해체반대 범군민추진위원회는 이날 오후 양구문예회관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국방부에 국방개혁 2.0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추진위는 “지난 60여년간 국가 안보를 위해 각종 규제를 감내했음에도 정부가 또 다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국방부가 사단 해체를 유보하거나 지역에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강원경제연합회는 지난 5일 성명서를 통해 “화천, 양구 등 강원도 접경지역 주민들이 생존권이 위협받지 않도록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화천ㆍ양구=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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