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전남 무안에서 발생한 '의붓딸 살해사건' 당시 신고자인 피해아동을 보호하려는 경찰 노력이 사실상 전무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권위는 18일 이 사건은 피해아동이 성폭력 피해를 신고한 이후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상황에서 사망에 이르렀다며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경찰청장, 보건복지부 장관, 법무부 장관에게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이 사건은 자신을 성폭행범으로 경찰에 신고했다며 새아빠가 의붓딸을 보복 살해한 사건이다. 피해자인 여중생 A양은 4월9일 친부와 함께 의붓아버지 김모(31)씨를 성추행 혐의로 목포경찰서에 신고한 이후 18일 뒤 김모씨에게 살해당했는데, 이 기간 동안 A양의 안전을 살피려는 경찰의 노력이 전무했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경찰이 조금만 더 세심히 신경 썼더라면 참극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인권위에 따르면 최초 신고를 받고 수사한 목포경찰서는 새아빠 김씨의 성폭행 미수 사건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A양이 신변보호를 신청했지만 담당 경찰은 이 사실도 모르고 후속조치도 하지 않았다. A양의 신고사건을 학대예방경찰관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광주경찰청은 목포경찰서가 4월15일 이송한 사건을 8일이 지난 뒤에 접수하고, 이후 수사하지 않고 뭉개다가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에야 수사에 나섰다. 광주청은 이 과정에서 의붓아버지에 대한 아동학대가 과거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챘다. 인권위는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절차 위반, 업무소홀, 이송지연, 수사미진 등 경찰관 직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경찰의 이런 행위들이 피해아동의 안전과 보호에 공백으로 작용했다"며 "아동학대 사례를 관계기관이 공유하도록 하는 등 대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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