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엔지니어가 작업에 앞서 회로가 새겨진 모습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일본의 대(對) 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지켜보는 중국의 속내가 마냥 편치만은 않다. 일부 관영 매체는 한일 간 갈등을 틈타 ‘어부지리’를 노릴 수 있다며 기대감을 부추기지만, 반도체를 둘러싼 한중일 3국의 산업구조가 사슬로 얽혀 있어 한국의 피해가 고스란히 중국에 전가될 수도 있는 탓이다. 심지어 “중국 학생들은 더 늦기 전에 휴대폰 사재기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난 4일 일본이 수출 규제를 시작한 이후 중국은 별다른 반응 없이 관망세를 유지했다. “중국이 과연 한일 사이에서 이득을 챙길 수 있는 어부(漁父)인가”를 놓고 판단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한국이 당장 피해를 입을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워낙 커 상당기간 넘을 수 없는 장벽이나 마찬가지다.

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한국 기업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63.7%(D램은 72.3%, 낸드는 49.5%)를 점유하고 있다. D램의 경우 한국 기업은 10나노(㎚ㆍ10억분의 1m) 공정 제품이 주력인 반면, 중국은 아직 20~30 나노대 생산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낸드 플래시도 중국은 양산은커녕 지난해 하반기 겨우 생산을 시작한 단계다.

따라서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줄어도 중국이 당장 과실을 따 먹을 수 없는 처지다. 일본이 소재를 공급하고, 한국이 반도체를 생산하고, 중국이 완제품을 만드는 분업구조에서 중간의 연결고리가 깨지면 중국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한일 간 충돌이 해법을 찾기 어려운 장기전으로 접어들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중국은 서서히 목소리를 내며 분위기 반전에 나설 참이다. 17일 중국 화학업체 빈화(濱化)그룹이 한국 반도체 기업에 불화수소를 공급하기로 했다는 보도마저 나오면서 내심 고무된 표정이다. 한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7%인데 이중 반도체를 제외하면 절반인 1.4%로 추락한다며 내심 고소하다는 기류도 읽힌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젓자’는 심산이다.

글로벌타임스는 18일 “한일 간 대립은 중국 반도체 기업이 도약할 기회”라며 선봉에 섰다. 당장은 손해를 입어도, 길게 보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우스젠(周世儉)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정치적 이유에서 비롯된 일본의 행동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 사슬을 훼손할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이 사슬을 보완할 책임을 맡는다면 업체들의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빈자리를 중국이 메워야 한다는 논리다. 겅보(耿波) 중국 국가반도체조명공정개발ㆍ산업연맹 사무차장도 “이제껏 중ㆍ저급 반도체 소재를 공급해온 중국이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경쟁력을 향상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일본이 독점해온 고급 반도체 소재 시장에 중국이 적극 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구호를 외치며 중국 반도체 산업을 독려하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다. 이에 새로운 기회를 맞아 들떠 있기 보다는 “중국이 이번 갈등의 진정한 수혜자인가”라며 끊임없이 되묻고 있다. “관건은 중국도 일본의 반도체 소재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의 48%를 한국에서 수입한다.

시나닷컴은 18일 “한국의 목을 틀어쥐고 있는 일본의 제재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겨냥한 변형된 제재”라며 “일본은 상대를 옭아매는 미국 병에 걸렸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휴대폰과 컴퓨터 가격이 곧 오를 테니 이들 제품을 바꾸려는 어린 학생들은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려움에 처한 한국을 보고 환호하거나 강 건너 불 보듯 하며 즐길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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