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가장 축복 받은 세대, 인생의 변곡점마다 로또를 맞은 세대가 있다. 20대엔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고, 30대엔 일찌감치 대한민국 중추가 됐다. 운동권 경력을 발판 삼아 정계에 대거 진출했고, IMF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고 선배들이 떠난 직장에선 탄탄한 입지를 굳히며 승진 가도를 달렸다. 50대가 된 이들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기득권의 위치에 서 있다.

‘386세대 유감’은 잘 나갔고, 여전히 잘 나가는 386 세대 때문에 저주 받은 세대로 전락한 후배 들이 쓴 날 선 대자보다. 1978년생 언론인(김정훈 CBS 기자), 1981년생 학자(심나리 서울대 박사과정), 1987년생 정치권 종사자(김항기 비서관)인 세 저자는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386세대의 공과를 해부한다. 이들은 386 아래 세대들을 대표해 묻는다. “386세대는 자신들이 꿈꿨던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에 살고 있는가.”

저자들이 보기에 현재의 대한민국은 ‘386에 의한, 386을 위한, 386의 나라’다. 이들은 도무지 늙지 않는 불로(不老) 세대로 최장기 집권을 하고 있다. 386세대는 “우리 땐 말이야” “우리는 안 그랬다”며 후배들에게 ‘노오력’만 강조한다. 그들의 우월감은 어떤 세대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공고하다.

하지만 그들을 키운 8할은 노력이 아닌 ‘시대’였다. 입시, 취업, 내 집 장만 등 지금의 청년세대들은 너무 아득해 포기하는 것들이 그들에겐 때 되면 받는 선물처럼 주어졌다. 교육 평등화 조치로 대학은 입학도 졸업도 쉬었다. 취업은 더 용이했다. ‘낭만’이 유일한 스펙이었다. 최고의 경제 호황을 구가하던 시대, 대학 졸업장은 대기업도 골라가는 프리패스 입장권이었다. 이들은 독재정권이 내민 ‘주택 200만호 건설’ 정책의 최대수혜자이기도 했다. 책은 1965년생, 75년생, 85년생의 신혼 집 전세금, 아파트 구입 기간, 노동가치와 실업률 등을 비교해 세대별 손익계산서를 산출해 근거 자료로 제시한다.

책은 대한민국이 헬조선으로 추락하는데 386세대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망가질 걸 알면서도 가담하고 방관했다는 점에서 ‘미필적 고의’ 혐의가 짙다. 대의를 외치고 개혁을 부르짖던 그들의 삶은 ‘내로남불’의 전형이었다. 학원강사로 사교육 시장을 장악한 그들은 입시 제도와 결탁해 한국을 ‘스카이 캐슬’로 만드는 데 앞장섰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엄청난 시세 차익을 누리면서도 집 없는 사람들의 설움은 외면했다. “2019년의 헬조선은 386세대가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눈감고 허용해 준 소악(小惡)들이 모여 만들어진 거악(巨惡)이었다.”

그렇다고 386세대의 전면적 퇴장을 촉구하는 건 아니다. 30년 전 꿈꿨던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세대를 아우르는 ‘팀플레이’를 하자고 제안한다. 386세대가 헬조선 탄생의 가해자임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출발이다. 386세대는 이제 후배들이 혁명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지원군이 돼야 한다는 게 저자들의 고언이다.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러느냐”고 억울해하는 386 세대 선배들부터 필독을 권한다.

 386세대유감 
 김정훈 심나리 김항기 지음ㆍ우석훈 해제 
 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268쪽ㆍ1만 6,000원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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