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출마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는 사실을 18일 ‘깜짝 공개’했다. 하지만 이미 금융권에서는 최 위원장의 교체를 기정사실화하고 후임 하마평이 한창이어서, 당사자가 먼저 사퇴 의사를 밝힌 것 자체가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최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금융분야의 당국 대응방안을 설명하는 과정에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브리핑 말미에 “조만간 상당 폭의 개각이 예상되는데, 인사권자가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청와대에) 최근 사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장은 임기가 3년이지만 통상 전임자들이 2년 안팎씩 자리를 지켰던 관례를 자신도 거스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사의 표명 시점, 경로 등에는 말을 아꼈다.
최 위원장은 사퇴 배경을 설명하면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김 실장의 공정거래위원장 재임 시절 금융위와 공정위가 협조할 일이 많았는데, 이 과정에서 김 실장으로부터 도움이 되는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그는 전했다. “시장 규율 형성에 관여하는 2개 부처가 긴밀히 일할 수 있도록 각 부처 수장을 함께 임명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부연했다. 김 실장이 지난달 21일 정책실장으로 부임하면서 공정거래위원장은 현재 공석이다.
최 위원장은 출마설에 대해서는 여전히 선을 그었다. 사의 표명이 내년 총선에 대비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질문에 최 위원장은 “지금까지 말씀 드렸던 입장과 같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5월 이재웅 쏘카 대표와 차량공유서비스를 놓고 설전을 벌인 뒤로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계속 출마설에 휩싸여 있다.
시장에선 개각이 임박하면서 이미 차기 금융위원장 후보군이 거론되는 상황에 이날 최 위원장의 사의 표명은 다소 “뜬금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금융위 내에서도 “브리핑 전까지 아무도 몰랐다”며 놀라는 분위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후임자가 정해진 것도 아닌데 매우 이례적인 방식의 거취 표명”이라며 “사의를 밝힌 만큼 남은 임기 동안 정책 추진은 아무래도 힘이 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