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전 대표 부부 등 3명 구속ㆍ8명 불구속 기소
CNN에도 보도돼 국제적인 망신을 산 경북 의성군의의 아파트 10층 17만톤 ‘쓰레기 산’을 만든 장본인들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이들은 불법으로 쌓은 재산을 지키려고 돈을 빼돌려 새 회사를 차리고, 이 회사를 담보로 대출받아 현금으로 감추려 한 사실도 드러났다.
대구지검 의성지청은 18일 폐기물 17만톤을 무단 방치하고, 수익금 28억원을 빼돌린 혐의(폐기물관리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등)로 폐기물처리업체 M법인 전 대표 A(64)씨와 아내 B(50)씨를 구속 기소했다. 또 사기 대출로 이들 범죄 수익을 감추려고 한 허가ㆍ대출 브로커인 토지개발업자 C(53)씨도 사기 미수,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이와 함께 폐기물 무단 방치에 가담한 현 폐기물처리업체 운영자 D(69)씨, 폐기물 운반업자 E(41)씨 등 7명과 폐기물 처리업체 2곳은 불구속기소하고 외국으로 달아난 폐기물 운반업자 1명은 기소 중지했다.
허용량 140배 방치…
검찰에 따르면 A씨 부부는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에 폐기물 재활용사업장을 운영하며 허용 보관량 1,020톤의 140배 가량인 17만2,000톤을 무단 방치했다. 이번엔 이미 처벌받은 1만3,000톤을 제외한 15만9,000톤에 대해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차명계좌와 허위 세금계산서를 이용해 M법인 폐기물처리 수익금 28억원을 빼돌려 경북 김천에 새로운 처리업체를 설립했다. 폐기물 무단 방치로 M법인 허가가 취소될 것으로 보이자 이 같은 짓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 결과 폐기물 운반업체들은 서울, 경기, 경북, 충남 등 전국에서 폐기물을 받아 A씨 부부가 운영하는 의성에 있는 처리업체로 넘겼고, A씨 부부는 이를 그대로 방치하는 바람에 생겼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상적인 폐기물 반입수수료는 1톤당 10만원 선이다. 구속된 업주 부부는 일부 정상가로 폐기물을 받기도 했지만, 물량 확보를 위해 저가로 유치한 뒤 그냥 방치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계좌추적을 통해 이 기간에 문제의 처리업체로 입금된 처리비용이 100억원이 되지 않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행정당국이 허가 물량 이상 방치한 사실을 적발해 영업정지 또는 허가취소를 하면 행정소송과 가처분신청을 하는 방법으로 계속 폐기물을 반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 수사에 재산 지키려 ‘담보대출’ 시도
A씨 부부는 폐기물 무단 방치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1단계로 28억원을 빼돌려 김천에 새로운 폐기물처리업체를 차렸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들통나 검찰 추징이 예상되자 브로커를 통해 새로 만든 회사 법인 재산을 담보로 20억원을 대출받아 현금화한 뒤 감추려다 미수에 그쳤다.
A씨 부부의 위범행위는 이것만이 아니다. 횡령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업체 운영에 필수적인 수질환경기사 자격증 소지자 채용은 매달 35만~50만원을 주고 ‘자격증’을 사는 것으로 대체했다.
박태호 의성지청장은 "업주 부부의 횡령사실을 밝혀내 횡령금으로 설립한 새 법인 재산 25억5,600만원을 추징보전 절차를 완료하고, A씨 부부의 금융계좌를 동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의성 쓰레기 산은 적발되더라도 최고 2년 이하의 징역에 불과한 폐기물관리법상 허점을 악용한 A씨 부부가 마구잡이로 쓰레기를 반입, 아파트 10층 높이에 달했다. 지난해부터 화재가 발생, 꺼지지 않다가 5월부터 행정당국이 처리를 시작하면서 더 이상 불이 나지 않는 상태다. 지난 3월엔 미국 방송 CNN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해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의성군은 쓰레기를 대신 처리한 뒤 A씨 부부에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방침이지만 15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처리비용의 극히 일부만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의성 쓰레기 산 처리 비용으로 올해 99억3,000만원의 예산을 확보, 방치 쓰레기 처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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