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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2.0] “환경문제 해결책은 나무심기… 세계 곳곳에 1억 그루 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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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2.0] “환경문제 해결책은 나무심기… 세계 곳곳에 1억 그루 심겠다”

입력
2019.07.22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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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만드는 회사, 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만난 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 홍윤기 인턴기자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만난 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 홍윤기 인턴기자

약속 시간은 다가오는데, 장소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서울 성동구 마장로 어딘가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어딜 돌아봐도 장소를 안내하는 팻말이나 간판이 보이지 않았다.

10여분을 헤맨 끝에 찾은 그 곳은 회사라기 보다 식물원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느껴지는 짙푸른 풀 냄새, 촉촉한 공기. ‘테이블 야자‘, ‘블루스타 고사리’가 눈에 띄었고, ‘마오리 소포라‘나 ‘구아버‘와 같은 낯선 이름의 식물들이 보랏빛 조명과 세밀한 물 줄기 아래 다소곳이 줄 지어 있었다.

2010년 전 세계에 나무를 심겠다는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이 만들어졌다. “우리 회사는 숲을 만드는 곳입니다. 2020년까지 세계 곳곳에 1억 그루를 심겠습니다.“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목표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더욱 구체화하는 작업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는 김형수(32) 대표를 식물원 같은 마장로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원래 환경 문제를 짚는 다큐멘터리 감독을 꿈꿨다. 고래 불법 포획 문제를 담은 작품을 찍으면서 수질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고, 수목장(壽木葬)에 대한 작품을 찍으면서 ‘환경 문제’에 한 걸음 더 들어가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군 복무 중 정민철(33) 이사를 만났다. 환경과 미래를 고민하던 둘은 “나무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공유했고, 제대한 2010년 서울시와 중소기업청에서 받은 지원금을 바탕으로 지금의 트리플래닛을 만들게 됐다. 환경 문제를 생각하면서 원인과 해결책이 뭘까 고민하다 근본적으로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더군요.”

'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 인터뷰. 홍윤기 인턴기자
'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 인터뷰. 홍윤기 인턴기자

시작은 ‘나무 키우기’ 애플레이션 게임이었다. “게임 속에서 나무를 키우면 실제로 저희가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식이었어요.” 사회공헌 활동 방안을 찾던 기업들에게는 게임 아이템에 이름을 넣어주는 대신 광고비를 받았다. 반응은 생각보다 좋았다. 앱 게임 시장이 초창기였던 그 때, 게임 다운로드 횟수가 100만건을 훌쩍 넘었다. 게임을 통해 실제 심은 나무는, 자그마치 30만 그루에 달했다.

‘스타의 숲‘ 프로젝트도 호응이 좋았다. 게임 속 나무에 연예인 이름을 붙여 키우던 스타의 팬들이 실제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이름을 붙인 숲을 꾸며주길 원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숲’을 만들었고, 숲에는 연예인들 이름이 달렸다. ‘동방신기 숲‘은 중국과 미국 등 세계 각지 팬 1,600여명이 합심해 한국과 인도에 만들어졌고, 전 세계 32곳에 엑소나 샤이니 등 K팝 스타 이름을 딴 숲이 생겼다.

김 대표는 올해 초 나무 키우기 게임을 공식 종료했다. 대신 ‘반려나무 입양’ 사업에 온 힘을 쏟기로 했다. 트리플래닛에서 판매하는 주목이나 용신목, 선인장, 올리브, 구아버, 테이블 야자 등 나무 한 그루를 사면, 다른 한 그루를 구입자 이름으로 매립지에 심어주거나, 미세먼지 취약계층인 아이들을 위해 교실 안에 넣어주는 방식을 택했다. 김 대표가 판매하는 나무는 당연히 친환경적 재배 방식에 따라 길러져 판매까지 이어진다. 또 비닐하우스 재배를 하는데, 물을 준다거나 온도를 맞추는 건 모두 태양광 에너지를 사용한다. 나무 판매에 따른 수익금은 또 다른 나무를 심는데 사용 된다.

숲 만들기 사업은 더욱 속도가 붙고 있다. 트리플래닛의 뜻에 공감하는 대기업이 늘어나며 예전보다는 훨씬 일이 순조롭다. 한화그룹과는 7년째 함께 숲을 조성하고 있으며, SK와 현대자동차그룹 등도 중국 등 사막화 지역에 나무를 심는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네팔 누와코트 가공센터. 트리플래닛 제공
네팔 누와코트 가공센터. 트리플래닛 제공

김 대표는 나무가 단순히 공기를 정화하는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기쁜 일이 생기면 우리는 보통 난 같은 걸 보내 마음을 표현하죠. 그런데 난을 잘 키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라고 물었다. 이를 키우기도 쉽고 공기정화 기능도 하는 반려나무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또 숲이 역사적인 사건을 기록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트리플래닛은 사회적 사건을 추모하는 의미로 숲을 조성하는 ‘포레스트 인 피스’, 저개발 국가에 구아버 나무 등 과실수를 심어 주민들 수익에 일조하는 ‘메이크 유어 팜’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희생자들을 기리려고 팽목항에 조성한 ‘세월호 기억의 숲’도 김 대표와 트리플래닛의 작품이다.

“1억 그루 나무를 심는다는 게 쉽지 않은 목표라는 건 압니다. 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무의 소중함을 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환경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트리플래닛을 통해 심어진 나무는 전 세계 12개국에 걸쳐 190개 숲 77만 그루에 달한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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