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을 버리고 사랑을 택해 세계의 주목 받았던 말레이시아 전 국왕이 모델 출신의 러시아 부인과 이혼했다는 보도가 뒤늦게 나왔다. 둘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난 지 2개월만으로, 현지에서는 그 아들이 왕의 아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돌고 있다.
17일 말레이 현지 영문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클란탄주 술탄인 무하맛 5세(50)와 러시아 미스 모스크바 출신 모델 옥사나 보예보디나(26)가 지난 1일 이혼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 부부가 지난달 22일 싱가포르의 샤리아(이슬람법) 법원에 이혼 신청을 했고, 이달 1일 이혼이 확정됐다는 사실을 복수의 소식통에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클란탄주 부지사는 관련 사실 확인 요청에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다만, 왕궁은 이혼에 대해 공식 논평을 하는 대신 왕실 호칭에 대한 정확한 사용을 규정하는 성명을 전날 냈다. 클라탄 왕궁의 공식적인 발표 없이는 그 누구도 클라탄의 왕과 여왕으로 불려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해당 성명은 보예보디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네티즌들도 보예보디나의 인스타그램에서 이혼 사실 여부를 물었지만, 남편과 예전에 찍은 동영상만 포스팅 돼 있을 뿐 해당 질문에는 답글이 달리지 않았다. 보예보디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38만명이 넘는다.
이혼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클라탄주 증명서에는 ‘이혼(talak)’이라는 표현이 세 차례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에서는 율법에 따라 남자들은 ‘한 여자’와 ‘두 번’까지 이혼할 수 있다. 이후 전 부인과 다시 결혼을 하고자 할 경우 전 부인이 다른 남성과 결혼, 최소 하룻밤을 보낸 뒤 그와 이혼할 경우 가능하다.
현지 방송계 소식통은 “’이혼’은 보통 남편이 아내에게 큰 실망을 한 경우에 이뤄지는 일”이라며 “현지에서는 지난 5월에 태어난 아들이 국왕의 아들이 아닌 것으로 판명돼 국왕이 대노했으며, 왕실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이혼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보도가 나오기 전인 전날 자정 쯤 보예보디나 인스타그램에는 금실 좋던 때 촬영된 동영상이 하나가 올라오기도 했다.
39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보예보디나는 “그는 나는 물론 가족까지 챙긴다”며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 사람이 되고 싶다. 평생을 그와 함께 살고 싶다”며 남편을 향한 애정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무하맛 5세는 “(가족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인내와 이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이야기 하지만 (그것은) 15년 20년 뒤가 문제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는 결국 사랑”이라며 “현재 공유하는 취미는 많지 않지만 서로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촬영날짜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닥칠 위기를 극복해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해당 동영상에는 이날 오전 11시 현재 2,000개 가까운 댓글들이 달려 이혼 소식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인스타그램 동영상 보기(클릭)
클라탄주 왕의 이혼은 결혼한 때로부터 약 1년 만이다. 무하맛 5세는 병가 중이던 작년 11월 22일 모스크바 근교에서 보예보디나와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는 올해 1월 6일 국왕 직무에 복귀한 직후 전격 퇴위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후 한 달이 채 안된 시점에서는 잦은 언쟁 등으로 양측 대리인이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임신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화설이 잦아들었고, 이어 아들 출산으로 사태는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세기의 로맨스는 이혼이라는 비극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말레이시아에서는 9개 주 최고 통치자들이 5년 임기의 국왕직인 '양 디-페르투안 아공'을 돌아가면서 맡는다. 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사람은 무하맛 5세가 처음이다. 보예보디나 인스타그램에 따르면 그는 2015년 미스 모스크바 대회에서 우승했다. 2016년 러시아의 한 대학 경영학과에서 마케팅을 전공했고 같은 해 뷰티살롱을 열었다. 이듬해 말레이시아의 문화와 역사 공부를 위해 쿠알라룸푸르에 왔다. 모하맛 5세와의 결혼을 위해 지난해 4월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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