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리고 해외로 도피했다가 21년만에 붙잡힌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의 첫 재판에서 검찰이 추가기소를 예고했다.
검찰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정씨의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러시아 회사 지분 매각과 관련해 추가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이 부분과 함께 도피 혐의도 추가기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이날 공판준비기일에 정씨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정씨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 자금 322억원을 횡령해 스위스 비밀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이 혐의로 1998년 6월 서울중앙지검에서 한 차례 조사를 받았으나 이후 해외로 도주했다. 동아시아가스가 인수한 러시아 회사 지분 27.5% 중 20%를 5,790만달러에 매각하고서도 2,520만 달러로 매각대금을 축소해 신고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2001년 나머지 7.5%를 매각하는 과정에도 정씨가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또 정씨가 회사자금 횡령 과정에서 공범이 정씨 모르게 돈을 빼돌린 부분이 있어 해당 금액만큼을 감액하는 등 공소장을 일부 변경할 예정이다. 정씨 측은 “워낙 오래된 사건이고 그 이후에 이러저러한 사정이 밝혀져 공소장 변경 가능성이 있다”며 “공소장 변경 후에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 및 추가기소 가능성을 고려해 다음 재판 기일은 내달 21일로 잡았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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