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중 숨진 방화범 들고 있던 바구니엔 인화물질 한가득… 자택서 유서 발견
주택가 스크린골프장에서 나는 소음에 시달리던 주민이 인화물질을 뿌린 뒤 불을 질러 자신은 숨지고 업주 부부가 중화상을 입고 치료 중이지만 중태에 빠졌다.
대구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17일 오후 6ㅣ51분쯤 김모(57)씨가 대구 남구 대명동 C스크린골프장에 휘발유를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질러 업주 부부에게 중화상을 입힌 김씨가 치료 중 18일 오전 6시17분쯤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양손에 인화물질을 들고 2층 골프장으로 곧장 올라가 카운터에 왼손에 들고 있던 휘발유로 보이는 액체를 뿌린 뒤 불을 질렀다. 이어 1층으로 내려가 오른손에 들고 있던 인화물질에 다시 불을 붙이려 하는 순간 불을 끄기 위해 소화기를 가지러 온 업주 A(52)씨와 부딪쳤다. A씨가 제지하려고 몸싸움을 하는 순간 불이 붙었고 둘 다 심한 화상을 입었다. 이 불로 3층 건물 2, 3층에 있던 골프연습장 중 2층을 모두 태우고 소방대에 의해 10여분만에 진화됐다. 당시 김씨는 사각형 모양의 플라스틱 통과 2ℓ들이 페트병 6, 7개에 휘발유로 보이는 인화물질을 휴대하고 있었다.
업주 A씨는 의식은 있지만 위중한 상태이며, 한때 호흡이 정지된 아내 B씨는 심폐소생술로 숨을 쉬고 있으나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3층에서 골프를 치고 있던 다른 고객 3명은 계단으로 대피하거나 2층까지 내려와 1층으로 뛰어내리는 방법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스크린골프장과 붙은 건물 1층에 사는 김씨 집에는 “공 치는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김씨는 최근까지 스크린골프장에 수 차례에 걸쳐 소음 스트레스를 항의했고, 남구청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한 주민은 “골프장이 오전 1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마치 천둥 소리처럼 소음이 심해 다른 주민들도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골프장 소음에 따른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 중이다. 또 18일 오전 소방과 합동으로 현장감식을 실시 중이다. 하지만 방화범이 숨짐에 따라 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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