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한일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당국자가 문제 해결 노력 지원 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원론적 언급일 수 있지만, 일본이 일방적 주장만 앞세우며 대화ᆞ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차관보는 17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한 뒤 약식 회견에서 “미국은 가까운 동맹인 한국ㆍ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큰 비중을 두고 있다”며 “한일 간 협력 없이는 어떠한 역내 현안도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가까운 친구이자 동맹으로서 ‘해결 노력’을 지원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틸웰 차관보의 발언에서는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을 중시하는 미국 정부의 고민이 묻어난다. 한일 갈등이 지속될 경우 미국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인 북한 핵 문제 해결이나 중국 견제 등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을 편들지는 못하지만 한일 양국이 대화하고 타협하는 ‘해결 노력’ 주문과 함께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한 이유다.
사실 일본은 일방적인 경제 보복 조치 이후 지금까지 문제 해결의 의지 자체를 보이지 않았다. 경제 보복에 나선 이유만 해도 처음엔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불만을 말하더니 뜬금없이 우리의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무엇보다 사태 발생 후 양국 간 첫 공식회동인 지난 12일 실무협의에서 의도적 결례를 보이고 이 만남을 설명회로 격하시켰다. 주무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입맛에 맞게 비틀어 반박까지 했다. 자신들이 18일로 정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 관련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 시한이 넘어가면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에 이어 화이트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까지 내달리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일본은 우리 정부 제안대로 성실히 대화ᆞ협상에 응해야 마땅하다. 정부는 일본의 조치가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을 훼손할 것이란 우려를 수차례 피력해 왔다. 대화ᆞ협상을 통한 해결이 미국의 입장으로 확인된 만큼 이후 대화ᆞ협상 회피에 따른 상황 악화 책임은 일본에 귀착될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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