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연쇄살인, 폭염] 국내 편 <4>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인터뷰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저작권 한국일보]

수백 명의 폭염 사상자가 발생하자 정부는 지난해 9월 폭염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상 정식 재난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폭염 피해자 연구는 아직 첫 걸음도 못 뗐다.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지 파악도 안 된다. 정교한 폭염 특보 시스템도 없다. 폭염 대응의 컨트롤타워라는 행정안전부는 각 부처와 전문가들의 역량을 한 데 모으지 못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의뢰로 ‘2018년 폭염건강피해 백서’를 작성한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7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폭염으로 피해를 입는 취약계층은 산불이나 태풍과 같은 재난 피해자와 동등하게 봐야 한다”며 “국가가 비용이 부담된다는 이유만으로 21세기에 더위로 사람을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폭염이라는 사회적 재난을 보건, 기상, 방재 등 종합적 관점으로 분석할 수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전문가로 꼽힌다.

 -폭염 대응을 위해 정부가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일단 온열질환 피해자 통계를 정확히 내야 한다. 누가 피해를 입는지 알아야 누가 가장 위험한지 연구를 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응급실에서 하고 있는 온열질환 감시체계가 정확한 추세를 반영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 소방청 등 다양한 기관에서 온열질환 통계를 생산하고 있지만 부처 간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실체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부분도 개선해야 한다.”

 -폭염 온열질환 사망자 정밀 분석 연구는 왜 진행되지 못하고 있나. 

“지난해 사망자 연구를 시도했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막혔다. 환자 유족에게 접근할 연락처를 구할 수 없었다. 응급실에서 집계를 할 때 연구 목적으로 연락처를 활용할 수 있다는 동의를 받지 않은 것도 실책이다. 폭염 사상자를 줄이기 위한 목적인 만큼 예외 조항 적용을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앞서 메르스 사태 때도 그렇게 환자 접근권이 허가된 적이 있다.“

행정안전부가 발송하는 긴급재난문자.
 -초기 대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폭염 특보 시스템은 어떤 수준인가. 

“현재 기상청이 발령하는 특보는 기준 (낮 기온 33도, 35도 이상일 때)이 대체 어떤 의학적 근거로 만들어졌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미국 일본 영국 호주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습도나 최저온도 등을 자기 환경에 맞게 적용해 활용하고 있다.”

 -행안부를 중심으로 각 지자체가 내놓는 각종 폭염 대책을 평가한다면. 

“일단 긴급 재난 문자가 전혀 역할을 못 한다. 시끄럽기만 할 뿐 취약계층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내용은 거의 없다. 재난 문자가 ‘양치기 소년’이 돼 버려서 대부분의 국민이 나처럼 꺼 버렸을 것이다. 무더위 쉼터도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쉼터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른다. 특히 장애인이나 정신질환이 있는 이들은 더 접근하기 어렵다. 막상 찾아가도 경로당 같은 곳에 마련된 쉼터는 이미 이용하고 있는 이들의 ‘텃세’를 무시하기 어렵다.”

 -독거노인, 저소득층, 주거 취약계층 등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있는데. 

“온열질환이 생명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이들은 심각한 폭염 기간 동안 지자체가 나서 숙박이 가능한 시설로 긴급 구난 및 대피 조치를 내릴 필요가 있다. 이분들은 그 기간만 피하면 살릴 수 있는 분들이다.”

 -취약계층을 선정하고 실제 시행하는 데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들지 않을까. 

“이들이 열사병 등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뇌 검사를 비롯한 각종 진료 과정에서 1인당 수백만원 가까이 들어갈 건강보험 비용에 비하면 크다고만 할 수 없다. 다른 재난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태풍이 올 때 옹벽이나 축대를 수리하는 데 예산을 쓴다고 해서 아깝다고 하는 사람은 없지 않는가.”

사상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덮쳐오던 지난 해 7월 대구의 한 공원에서 무더위에 지친 노인이 벤치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대구=뉴스1
 -아직 더위는 계절적인 문제고 폭염은 개인이 대처해야 한다는 인식도 많다. 

“지진이나 산불, 태풍으로 지난해 폭염만큼 많은 사람(최소 48명)이 사망했더라도 개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 되묻고 싶다. 올봄 강원도에서 산불이 났을 때와 같은 재난이다. 에어컨도 없이 쪽방에서 폭염 기간 위험에 놓인 이들도 같은 처지로 봐야 한다. 폭염은 단순히 자연 현상을 넘어 심각한 사회 재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간 문명이 초래한 기후변화라는 대가인 동시에, 도시 등의 가장 취약한 지점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당하는 재난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단지 비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더위로 죽게 만드는 일이 계속된다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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